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들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선거운동을 본격화하면서 2016년 미국 대선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13일 뉴욕에서 첫 대중연설에 나선 클린턴 전 장관은 아이오와·뉴햄프셔 등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초반의 우열을 가릴 주를 돌며 대세몰이에 나섰다. 그는 14일 아이오와주 디모인 박람회장에서 700여명의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유세를 했다. 특히, 그는 이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티피피) 타결을 위해 필수적인 부수 법안 처리와 관련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강력히 비판하는 등 오바마와의 차별화에 나섰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은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며 미국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들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 지원법안의 개선 없이는 어떤 타결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어떤 대통령도 나보다 미국 노동자들을 위한 거친 협상가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국무장관 시절 티피피 협상의 옹호자였던 클린턴 전 장관이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이런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대선에 영향력이 강한 노조와 민주당 진보파를 끌어안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진보적 성향 후보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그의 우유부단한 태도를 비판한 점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의 젭 부시 전 주지사는 15일 자신의 텃밭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한 커뮤니티 대학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지난해 12월 대선 출마 가능성을 적극 탐색할 것이라고 밝힌 지 반년 만이다.
부시 전 주지사는 14일 ‘젭(Jeb)! 2016’이라는 선거 로고와 함께 ‘변화 시키기’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우리는 상황을 고칠 필요가 있다. 나는 그것을 플로리다에서 했고, 그 결과 플로리다는 더 살기 좋아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선거 로고가 ‘부시’라는 이름을 부각시키지 않으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풀이했다.
부시 전 주지사의 지난 반년간 탐색전은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는 공화당 후보 중에서 가장 많은 선거 자금을 모으긴 했지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차기 지도자로서의 면모는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그는 친형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정책들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하지 못해 낭패를 보기도 했다. 2003년 이라크전에 대한 태도를 묻는 질문에 며칠동안 답변을 하지 못하다가 겨우 “지금 판단컨대, 당시 이라크를 침공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그는 말했다.
정치전문 사이트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최근 보름간 진행된 공화당 예비경선 여론조사를 평균한 결과, 부시 전 주지사는 11.3%로 1위를 차지하긴 했으나,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10.8%),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10.3%)과의 격차를 벌이지 못했다. 반면, 클린턴 전 장관은 59%로 압도적인 차이로 민주당의 다른 후보들을 앞서고 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