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보고서에 ‘윤일병 사건’ ‘진보당 해산’ 등 담아
“집회·결사의 자유 포함한 노동권 제한 등 문제적”
“집회·결사의 자유 포함한 노동권 제한 등 문제적”
미국 정부가 25일(현지시각) 우리나라 인권 상황과 관련해 군대 내 가혹행위와 공무원·교사의 정치 관여 제한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또 국가정보원과 국방부 사이버사령부의 대선·정치 개입 논란과 관련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유죄 판결을 받고 사이버사 전 사령관 등이 기소됐다는 점과 함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논란, 통합진보당 해산,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기소 등도 사실 관계 위주로 언급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발표한 ‘2014 국가별 인권보고서’ 한국편에서 먼저 전반적으로 인권을 존중하는 국가로 평가하면서도, 그동안 제기해 온 국가보안법 논란 등과 함께 이런 내용을 새로 포함시켰다.
국무부는 총평에서 “한국의 주요한 인권 문제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국가보안법과 명예훼손 처벌, 언론·표현의 자유 및 인터넷 접근을 제한하는 법률들, 양심적 군 복무 거부자에 대한 처벌, 군대 내 괴롭힘과 (신병) 신고식 등”이라고 밝혔다.
군대 내 괴롭힘과 신고식은 지난해 4월 발생한 윤아무개 일병 폭행 사망사건 및 각종 가혹행위와 성범죄 사건 등을 말한다. 국무부는 지난해 상반기에 한국 국방부는 군인 37명의 자살 사건이 따돌림과 신고식, 군 생활 부적응과 관련된 것이라고 밝혔다고 언급했다. 명예훼손 관련은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라인을 통해 인사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기소된 사건을 거론한 것이다.
언론의 자유 부문에서는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행적 의혹을 제기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고 언급했다. 국무부는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7년의 징역형 또는 50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무부는 또 지난해 9월 경찰이 <산케이신문>의 기사를 온라인에 올린 한 한국 기자의 집을 압수수색했다고 거론했다.
국무부는 또 일부 관료들의 부패, 포괄적 차별금지법 부재, 성폭력과 가정폭력, 미성년 성매매, 인신매매 등과 함께 탈북자와 소수 인종, 성적 소수자(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에이즈 감염자, 외국인 등에 대한 사회적 차별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국무부는 앞서 2013년 보고서에서 ‘노동권 제한 및 파업권 개입‘이라고만 언급했던 부분을 이번 보고서에서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포함한 노동권 제한,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 관여 제한 등도 문제적”이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원 전 국정원장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약 70명의 심리전단에 정치적 댓글 등을 달게 한 혐의로 지난해 9월 유죄를 선고받았고, 사이버사 댓글 의혹과 관련해 연제욱·옥도경 전 사령관 등 21명이 기소됐으며 국정원 직원 5명이 북한 화교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의 중국-북한 출입경 기록 등을 조작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고 적시했다.
이밖에 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 해산 결정을 내렸고, 서울고등법원이 2심에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해 내란음모 혐의는 무죄를 선고하고 내란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만 인정해 징역 9년형으로 감형한 사실도 보고서에 포함됐다.
국무부는 의회가 1961년 제정한 ‘외국지원법’에 따라 매년 세계 각국의 인권과 자유, 정부 부패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하는 인권보고서를 발간한다. 이 보고서는 행정부 및 의회의 대외정책에 참고자료로 사용된다. 보고서는 각국에 파견된 미국 외교관들이 해당국 정부 관리와 언론인, 인권활동가 등 다양한 정보원을 통해 초안을 작성하며,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이 종합·분석하고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최종 완성된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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