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다졸람 고통유발 증거 부족”
일부 대법관 “사형제 폐지 논의를”
일부 대법관 “사형제 폐지 논의를”
미국 연방대법원이 극심한 고통을 유발하는 특정 독극물 투여라는 사형 방식의 허용 여부를 심리하는 과정에서 사형제 폐지를 놓고 격렬한 논쟁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은 지난해 오클라호마주에서 사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킨 ‘미다졸람’이라는 약물의 사용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29일 판결했다. 이 판결은 찬성 5명 대 반대 4명으로 내려졌다. 이 약물은 의식을 잃게 하는 마취제의 일종이지만, 지난해 사형 집행 때 주사가 잘못돼 사형수가 43분이나 지나서야 숨을 거둬 논란을 일으켰다.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다수의견을 대표한 판결문에서 진정인들이 대안의 사형 방식을 제시하지 못했으며 이 약물이 심각한 고통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소수의견에서 진정인들에게 대안의 사형 방식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며, 이 약물 투입은 ‘잔혹하고 비정상적인’ 형벌 부과를 금지하는 수정헌법 8조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심리 과정에서 스티븐 브레이어 대법관은 사형 방식을 땜질식으로 개선하는 걸 논의할 게 아니라 사형제 자체에 신뢰성과 효과성이 의문시된다면서 사형제 폐지를 논의해야 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브레이어 대법관은 “최근 수십 년간 100명이 넘는 사형수들이 무죄로 석방됐고, 일부 무고한 사람들은 억울하게 사형에 처해졌다”며 말했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여기에 동의했다.
미 연방대법원은 1972년 당시 조지아주의 사형 방식이 수정헌법 8조에 위배된다며 사형제를 일시 유예시켰다가 4년 뒤 부활시켰다. <에이피>(AP) 통신은 현재의 대법관 진용에서 사형제 폐지를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미국 주별로는 현재 수도 워싱턴과 19개 주가 사형제를 사실상 폐지한 상태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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