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7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집무실)에서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6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집무실)에서 베트남 최고 실력자인 응웬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을 따뜻하게 맞았다.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백악관을 방문한 것은 1995년 관계정상화 이후 처음이다.
두 사람은 이날 기후변화와 공공보건에서부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티피피), 남중국해까지 다양한 주제들을 논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양국간 “어려웠던 역사”를 상기시키면서 “오늘 내가 베트남 방문 초청을 받았다. 이것은 지난 20년간 두 나라 관계에서 일어난 놀라운 진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에 쫑 서기장은 대화가 “생산적이고 솔직했다”면서 “두 나라는 과거의 적에서 친구와 파트너로 진화했다”고 화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외국의 공식적인 정부 수반이 아닌 인물을 집무실로 초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쫑 서기장은 정부 수반은 아니지만 베트남 공산당 일당체제를 이끄는 최고 실력자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그래서 이번 회동은 양국간의 사실상 정상회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이 쫑 서기장을 초청한 것은 대중국 견제를 위한 자신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완성하고자 베트남을 끌어들이려는 전략적 의도가 담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은 현재 티피피 회원국 12개국에 베트남을 받아들여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다. 또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과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사이공 함락 뒤 40년이 지난 지금, 오바마 대통령이 역사적으로 어려웠던 관계를 대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재구성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쫑 서기장도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의도에 적극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과 나는 정치·외교 협력에서 경제·교육·환경·보건·기후변화, 그리고 국방·안보 협력, 지역·국제적 기구 협력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양국 관계를 진전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중국해의 최근 사태 전개에 관해” 관점을 공유했으며, “국제법에 맞지 않으며 상황을 복잡하게 할지 모르는 최근의 활동에 대해 우려를 같이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날 기자들 앞에서 중국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언급은 명백히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쫑 서기장의 베트남 방문 초청에 대해 “방문을 고대한다”면서도 확답을 주지는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11월 아시아를 방문할 예정인데, 베트남의 포함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티피피 협상에서 베트남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한편, 중화 민족주의 성향의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8일 사설에서 “이번 회동은 일정 부분 중국을 겨냥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미국은 중국을 포위하려는 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전초 기지로 베트남을 활용하고 싶어하고, 베트남 역시 중국과의 남중국해 분쟁에서 미국의 도움을 기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중국을 겨냥한 양국의 관계 강화는 반드시 중국의 대응을 초래할 것이며 이는 미, 중, 베트남 가운데 베트남에게 가장 큰 손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 베이징/박현 성연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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