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력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13일 뉴욕 뉴스쿨에서 자신의 경제정책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미국 대선의 유력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13일(현지시각) 미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임금 불평등’이라고 규정하며, 중산층 소득 향상과 함께 월가 규제 등 “성장과 공정경제” 구축을 위한 경제 구상을 내놨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뉴욕 뉴스쿨 연설에서 “지금 미국 경제의 핵심적 문제가 무엇인지는 뚜렷하다”며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들의 소득을 올려 그들이 중산층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성장과 공정 경제를 구축해야 한다. 어느 하나만 가질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의 연설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은 제안 중 하나는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이윤을 분배해야 한다’고 독려한 것이었다고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은 전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창출을 도운 기업의 기록적인 이윤을 나눠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이윤 분배가 생산성을 높이고 직원들의 손에 직접 현금을 쥐어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기업들의 이익은 사상 최고치에 접근하고 있으나 미국인들은 어느 때보다 어렵게 일하고 있으며, 실질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월가에 대한 규제 강화도 내놓으며, 헤지펀드와 단기투자자들의 “범죄적 행동”을 단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장기 투자자에게 이롭게 자본 이득세제를 손질하고, 무분별한 투자를 규제하기 위해 2010년 마련된 ‘도드-프랭크법’을 확장해 경제 위기를 예방하고 일부 부자들의 탈세도 막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월가의 ‘대마불사’는 여전히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40분에 걸친 이날 연설은 클린턴 전 장관이 지난 4월 출마 선언을 한 뒤 가장 구체적으로 정책을 내놓은 것이었다. 민주당 내 진보 진영으로부터는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시엔엔>과 <폴리티코> 등 미국 언론들은 그가 월가를 향해 던진 날선 비판들을 두고 “정치적 공세는 거셌지만 정책적 구체성은 떨어졌다”고 평했다.
클린턴 전 장관의 이날 연설은 민주당 경선에서 깜짝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 대한 견제로 보인다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최근 ‘좌파’ 샌더스 의원이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등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클린턴 진영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한차례도 샌더스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대신 최근 ‘미국인들은 좀더 긴 시간 일해야 한다’고 말한 젭 부시 공화당 후보를 겨냥해 “그들은 설교가 아니라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비꼬는 등 공화당을 비판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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