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주요 6개국과 이란이 핵협상을 최종 타결한 14일 이란 수도 테헤란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국기를 흔들고 노래를 부르며 핵협상 타결을 기뻐하고 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이란과의 핵협상에서 역사적인 합의를 일궈낸 미국이 북한과의 핵협상에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14일 이란 핵협상 결과가 미국의 대북 정책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번 협상은 미국이 오랫동안 (서로 간에) 차이가 존재했던 국가들에 관여할 의지가 있다는 걸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란과 북한 상황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국무부 동아태국의 오리 아브러모비츠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지만 우리의 정책은 바뀌지 않았으며, 북한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비핵화가 최우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전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2013년 11월 연설에서 밝힌 대북 정책의 얼개를 재강조하면서, 그때 이후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라이스 보좌관은 당시 “우리는 북한이 진정하고 신뢰할 만하며, 북한 핵프로그램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이고 불가역적인 조처를 결과물로 내놓으려 한다면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무부의 이런 태도는 이란 핵협상 타결이 북한과의 핵협상에 나서는 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일각의 기대가 다소 성급하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14일 <뉴욕 타임스>와 45분에 걸친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이란 핵시설들에 대한 사찰 방식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란이 속이기가 매우 어려운 가장 강력하고도 엄격한 방식”이라며 “이것은 북한에서 했던 것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1994년 북한과 타결한 제네바합의의 이행 과정과 이번 합의의 차이를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 경제제재와 관련해 “이란 제재로 대가를 치른 것은 이란뿐만이 아니다. 중국·일본·한국·인도 등 과거 이란에서 원유를 수입했던 많은 국가들도 큰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면에선 미국은 애초부터 이란과 별 거래 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손해가 크지 않았다. 그들이 큰 희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협상 과정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놀랄 만큼 협조적 태도를 보였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대립한 까닭에 이번 협상이 잘 될까 싶었지만 러시아 정부는 두 사안을 놀라울 만큼 구분해서 임했다. 러시아가 우리와 함께 하지 않았다면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이 몇 주 전 자신에게 직접 전화를 건 것도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과거 로널드 레이건,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옛소련 및 중국을 상대로 펼쳤던 외교 정책을 예로 들며 자신의 대 이란 접근법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레이건 전 대통령과 많은 차이를 갖고 있지만 그를 전적으로 존경하는 점도 있다”며 “그는 악의 제국과의 합의도 검증할 수 있다면 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닉슨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에서 그와 동의하진 않지만, 그는 중국이 다른 길을 갈 가능성이 있다는 걸 이해했다”며 “군사력에 의존하지 않고서 서로 다른 차이점을 해결할 수 있다면 훨씬 좋은 것이다. 이건 실용적이고 상식적인 것이지, 순진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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