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소녀 벨리비아 피터슨이 1일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가 이끈 ‘정의를 위한 미국의 여행’ 40일 행진에 참가해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미국 앨라배마주 셀마의 에드먼드 페터스 다리를 건너고 있다. 셀마/AP 연합뉴스
흑인참정권 운동 ‘셀마 행진’ 기념
셀마~워싱턴 40일간 행진 재연
경찰 과잉진압 등 ‘차별’ 여전해
셀마~워싱턴 40일간 행진 재연
경찰 과잉진압 등 ‘차별’ 여전해
1965년 3월7일 미국 앨라배마주 셀마의 에드먼드 페터스 다리 위에 뿌린 피의 대가로 미국 남부의 흑인들은 비로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이미 1870년에 미국 수정헌법 15조가 보장한 권리였지만 현실은 훨씬 힘겹고 먼 길이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오늘, 미국의 흑인민권운동가들은 다시 ‘정의’를 찾는 여정의 출발점으로 이곳 셀마를 택했다. 이번에는 “우리의 생명, 우리의 투표권, 우리의 직업, 우리의 학교도 소중하다”는 구호를 내들었다. 50년 전처럼 참가자들은 2명씩 줄지어 에드먼드 페터스 다리를 건넜다.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이하 협회)는 1일 셀마에서 워싱턴까지 40일 행진을 시작했다. ‘정의를 위한 미국의 여행’이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행진은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노스캐롤라이나와 버지니아를 거쳐 9월16일 워싱턴에서 1385㎞의 대장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행진은 지난해 미국에서 경찰의 진압으로 비무장 흑인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는 가운데 기획됐다. 행진에 앞서 코넬 윌리엄 브룩스 협회 회장은 분노하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변화를 부르자”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 행진의 또다른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는 2년전 미 연방대법원이 연방 투표권법에 대해 내린 위헌 판결을 뒤짚는 것이라고 <엔비시>(NBC) 방송이 전했다. 투표권법은 과거 차별이 심했던 앨라배마 등 9개주의 경우 투표 관련 법안을 고칠 때는 사전에 연방 법무부 등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했다. 협회 쪽은 이 조항이 사라지면 소수자와 약자의 투표권이 다시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협회 남서부지부 조직담당자인 퀸시 베이츠는 “50년 전 우리는 투표권을 받았지만, 5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다시 도전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내 차례다. (50년 전) 그들이 우리를 위해서 나섰던 것처럼 나도 (후세의) 다른 사람을 위해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1965년 셀마에서 흑인참정권을 요구하며 평화롭게 행진하던 흑인 민권운동가들을 경찰이 잔인하게 폭행한 ‘피의 일요일’ 이후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이끈 민권운동가들은 결국 몽고메리까지 행진하면서 ‘소수자의 투표권을 보장하라’는 목소리를 미 전역에 퍼뜨렸다. 이는 1965년 8월 린든 존슨 대통령이 투표 과정에서 인종차별을 금지한 연방 투표권법에 서명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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