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니 로빈슨. 사진 AP 연합뉴스
14년간 병원 입원 어린이들 위로
도로 한복판서 자신의 차에 치여
도로 한복판서 자신의 차에 치여
14년간 배트맨 복장을 하고 아픈 어린이들에게 웃음과 위안을 안겨준 ‘볼티모어의 영웅’이 교통사고로 숨졌다.
<워싱턴 포스트>는 17일 ‘29번 도로의 배트맨’으로 알려진 레니 로빈슨(51)이 전날 밤 미국 메릴랜드주 헤이거스타운 고속도로에서 자신의 ‘배트모빌’에 치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그의 검은색 람보르기니 엔진이 말썽을 부려 도로 한복판에 멈춰섰는데, 뒤에서 오던 차량이 이를 들이받은 것이다.
로빈슨은 3년전 29번 도로에서 몽고메리카운티 경찰에게 검문을 당한 뒤 유명해졌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완벽한 배트맨 복장을 한 그가 몰고 가던 ‘배트모빌’ 차량 번호판엔 배트맨 로고만 그려져 있었다. 그는 병마와 싸우는 어린이들을 만나러 병원으로 가는 길이었다. 경찰차에서 촬영된 검문 영상은 곧 그를 인터넷 스타로 만들었고, 그의 오랜 선행도 널리 알려졌다.
로빈슨은 5000달러짜리 맞춤제작 배트맨 의상을 입고 아이들에게 나눠줄 선물보따리를 챙겨 한달에 서너번씩은 병원을 찾았다. 그가 들어서는 순간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와 함께 일해온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그는 마법 같았다”고 회고했다. 소아암에 걸린 부모에게 팔찌를 건네며 늘 “행운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고, 잠시나마 아이들이 고통을 잊을 수 있게 해주었다.
청소년 시절 시작한 청소사업에서 번 돈으로 2001년부터 아이들을 찾아갔다. 선물을 사는 데만 한해 2만5000달러가량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로빈슨의 가족은 “그는 많은 삶을 어루만졌고 많은 아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그게 바로 그가 하고 싶어한 전부였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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