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채택땐 유네스코 이미지에 타격” 회원국에 서한
지난 3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유네스코 제33차 정기총회에서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을 위한 협약(문화다양성협약)’에 반대하는 미국이 이 협약을 저지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4일 회원국 통상장관들에게 서한을 보내 협약에 반대하는 미국 입장에 동참해 주도록 촉구했다. 세계문화기구를 위한 연대회의(집행위원장 양기환)가 입수해 10일 공개한 이 서한에서 라이스 장관은 “협약 초안이 통과되면 현존하는 무역협정상의 권리들이 훼손되고 세계무역기구 체제 아래서의 무역자유화 진전이 궤도를 벗어날 것”이라며 “이 협약은 자유무역과 표현의 자유에 반하는 세력에게 남용될 수 있고, 협약 채택을 서두르면 유네스코의 이미지가 훼손될 뿐 아니라 상호협조보다는 혼란과 갈등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어 “이 협약의 심각한 결함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질 때까지 협약 채택을 늦추는 데 협력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9월말 문화다양성협약을 총회 안건으로 상정하기 위해 열린 58개국 집행부 이사회 투표에서 55개국이 안건 상정에 찬성표를 던진 반면, 미국만이 반대표를 던졌다. 나머지 두 나라, 오스트레일리아와 코스타리카는 유보 입장을 보였다.
한편, 이 대회에 한국 수석대표로 참석한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4일 총회 연설에서 “이번 총회에서 협약안이 채택돼 2001년 ‘문화다양성 선언’에 이어 다시 한번 귀중한 이정표를 세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가간의 자유무역협상 등에서 문화상품을 예외로 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문화다양성협약은, 21일 유네스코 191개 회원국의 표결로 채택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협약이 채택되면 회원국들은 각종 다자간·양국간 통상협정에서 문화상품을 예외로 할 수 있는 국제법적 근거를 얻게 되며, 특히 스크린쿼터와 같이 자기나라의 문화적 주체성을 지키기 위한 각종 문화 지원 제도들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김은형, 허미경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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