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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 분쟁지 외국군 훈련 전략 ‘낙제’

등록 2015-10-05 19:52

이라크·아프간·시리아·소말리아 등서
15년간 수십억달러 쏟아…파병 대체
훈련 현지군 조직 와해…참담할 지경
미국의 잘못된 개입의 ‘극단적 사례’
미국이 자국의 이해가 걸린 세계 분쟁지역에 미군을 파병하지 않고 현지 병력을 훈련시켜 관리한다는 전략이 낙제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중동과 북아프리카, 서남아시아 등 이슬람권 국가들에서 미국이 훈련시킨 수천명의 현지 치안군 조직이 와해되거나 심각한 결함을 드러내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4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은 외국군 훈련 프로그램의 효용성이 도마에 올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현지 무장세력을 격퇴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도입한 전략이 흔들리는 분위기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장악한 이라크 서부 안바르 지역에선 미국이 훈련시킨 이라크군과 경찰 병력이 정규 조직에 거의 편입되지 않은 채 오합지졸 상태로 방치돼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선 미군의 지원을 받는 정부군이 최근 탈레반에게 북동부의 주요 도시 쿤두즈를 내주고 패퇴하기도 했다. 미국은 또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와 싸우는 반군을 훈련시키는 데 지금까지 5억달러를 넘게 들였으나, 실제로 전투에 참가하고 있는 전투원은 불과 4~5명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외국군 훈련 프로그램의 역사는 길지만, 2001년 9·11 테러 이후 아프간과 이라크 파병 미군을 현지 병력으로 대체하려 하면서 프로그램의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2003년 이라크 침공과 점령 이후 해체해버린 현지 정부군을 재건하는 데만 최근 8년새 무려 250억달러(약 29조원)가 들어갔다. 그러나 현재 이라크에선 이슬람국가가 세력을 떨치고, 이라크 정부군은 종이호랑이만도 못하다. 소말리아에선 알카에다 격퇴를 위해 10억달러를 뿌렸으나, 알카에다 연계조직인 알샤바브는 수도 모가디슈에 포탄을 날릴 만큼 건재하다.

미국은 북아프리카의 모로코, 말리, 차드, 리비아 등에서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과의 전쟁 비용, 현지 반군의 훈련 비용을 포함해 6억달러를 썼다. 그러나 리비아에선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사실상 무정부 상태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말리에선 미군이 알카에다 무장세력과 싸우라고 훈련시킨 아마두 사노고 대위가 쿠데타를 일으켜, 이 나라의 20년 민주정치를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권력을 탈취했다.

미국이 양성한 외국군의 문제는 현지 실정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몇가지 공통점도 발견된다. 취약한 리더십, 빈약한 전투 의지, 정치적 혼란 등이 그것이다.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칼 아이켄베리는 <뉴욕 타임스>에 “지난 15년간 우리의 외국 치안군 조직과 훈련 점수는 참담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베트남 전쟁 이후 또다시 ‘부도덕한 전쟁’을 벌인 것으로 평가되는 이라크 전쟁 이후 현지 상황은 미국의 중동 개입이 얼마나 큰 혼란과 비용을 낳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적인 사례다. 이라크에선 미군의 현지군 양성 계획이 사실상 좌초된 상태다. 우선, 미군으로부터 권력을 이양받은 이라크 정부가 훈련병을 모집하려 해도 지원자가 거의 없다. 나아가, 이슬람국가를 비롯한 수니파 반군에 맞서 싸웠던 시아파 군인들은 전장을 이탈해, 유럽에서 새 삶을 찾으려는 난민 행렬에 합류하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을 지낸 존 매클로플린은 “외국군 훈련은 필요하지만 강한 군대를 창설하기에 충분한 방법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군대는 정치적 이슈를 두고 싸우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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