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헤어져 미국에 입양된 한국인 이복 자매 신복남(오른쪽·언니), 은숙(왼쪽)씨가 39년 만에 상봉해 지난달 22일 일터인 플로리다주 새러소타의 닥터스병원에서 얼싸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새러소타/AP 연합뉴스
신복남·은숙씨 플로리다 같은 병원에서 간호조무사 근무
어렸을 때 한국에서 헤어진 뒤 따로 미국으로 입양된 자매가 39년 만에 미국의 한 병원에서 극적으로 다시 만났다. 한국인 신복남(46·미국 이름 홀리 호일 오브라이언)씨와 신은숙(44·미건 휴스)씨가 미국 플로리다주 새러소타의 닥터스병원 4층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다 서로가 혈육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고 현지 일간 <새러소타 헤럴드 트리뷴>이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자매가 미국으로 입양된 것도, 같은 직업을 가진 것도, 또 애초 입양지를 떠나 플로리다의 병원에서 같은 시기에 함께 일하게 된 것도 모두 우연의 연속이었다.
부산 출신인 복남씨는 어려서 친어머니를 잃었다. 알코올 중독자였던 아버지는 새어머니를 들였으나 둘의 결혼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날 복남씨와 두살 터울의 이복 여동생 은숙씨만 데리고 한밤중에 집을 나온 새어머니는 자매의 양육을 포기하고 보육원에 맡겼다. 자매에게는 단 한명의 피붙이도 없는 삶이 시작됐다.
동생 은숙씨가 5살이던 1976년에 먼저 미국 뉴욕주 킹스턴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이어 78년 9살이던 복남씨도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로 건너왔다. 자매는 미국에선 가까운 거리인, 불과 300마일(약 480㎞) 떨어져 자랐지만, 꿈에도 그런 사실을 알 수 없었다. 그렇게 40년 세월이 흘렀다.
자매의 상봉은 기적처럼 다가왔다. 복남씨는 91년 버지니아주에서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딴 뒤, 이혼하기 전 남편을 따라 2005년에 플로리다주 새러소타로 왔다. 닥터스병원에 일자리를 얻은 건 올 1월이었다. 동생 은숙씨의 가족은 81년 플로리다주 베니스로 이사했다. 새러소타와는 불과 30㎞ 거리였다. 마침 은숙씨도 2002년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땄고, 동료의 추천으로 지난 3월 닥터스병원에 취업했다.
한국 출신 두 간호조무사의 인연은 환자들 사이에서 먼저 화제가 됐다. 복남씨와 은숙씨는 급속히 친해졌다. 둘의 한국 성이 같다는 걸 알게 된 복남씨는 은숙씨에게 혹시나 싶어 디엔에이(DNA) 검사를 제의했다. 그리고 지난 8월17일, 둘의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복남씨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너무 흥분돼 떨렸다”고 그 순간을 떠올렸다. 은숙씨도 “하느님, 이럴 수가! 내게 언니가 있다니”라며 한동안 멍해졌다고 털어놨다. 혼자 살던 복남씨에겐 휴일에 놀아줄 두 조카가 생겼다. 결과적으로 둘 사이에 다리를 놓아준 미국인 동료는 “모든 일들이 둘이 만나는 쪽으로 일어났고, 그 확률은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지금도 믿기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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