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은 그를 과연 후보로 선택할 것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8일(현지시각) 라스베이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선풍을 놓고 모든 분석가들과 언론들은 일회성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그는 경선에 뛰어든 지 4개월 동안 줄곧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바람이 빠질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공화당 진영은 그를 놓고 선택을 해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과거에 예비선거(프라이머리)와 당원대회(코커스) 전에 비주류 후보가 선풍을 일으키다가 바람이 꺼진 적은 셀 수 없이 많았다. 당 안팎의 엘리트 등 주류의 지지 없이는 후보 경선과 본선을 합치면 2년에 가까운 긴 선거 기간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공화당 진영의 주류란 당 간부와 요원, 상·하원 의원 등 정치인, 선거 자금 기부자, 공화당 계열 활동가, 공화당 성향의 방송인들이다. 조직과 돈, 여론(언론)을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서 트럼프에 대한 지지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들은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가 될 경우,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각종 선거도 공화당에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당 안팎의 엘리트들이 주도하는 대통령 후보 지명 과정에 대한 연구인 <당의 결정자들>의 공저자인 마티 코언 박사는 “트럼프가 경쟁력을 갖는 돈, 언론 관심, 여론 지지도가 반드시 당의 지지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며 “트럼프는 이와 관련해 완벽한 시험 무대에 섰다”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또 다른 공저자인 존 잴러 박사는 “당 내부자들은 약한 인물은 막을 수 있으나 강한 인물은 못 막는다. 왜냐하면 유권자 다수가 정말로 원한다면, 후보 지명 체제는 너무 민주적이라서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트럼프가 공화당 진영의 엘리트들이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인물이냐는 것이다. 트럼프가 그동안 경선에서 선두를 유지하는 것은 공화당 진영의 엘리트들이 갖고 있는 돈과 언론 파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능력은 저학력 블루칼라 백인층 내에 팽배한 기성 주류 질서에 대한 불만과 소외를 자극하는 그의 연예인적 능력과 행태로 증폭된다.
지금까지 공화당 엘리트들의 트럼프에 대한 비토에도 불구하고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당이 분열됐기 때문이다. 2012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의 티파티 계열이었던 흑인 언론인이자 사업가 허먼 케인, 1996년에는 정치평론가 팻 뷰캐넌 등이 선풍을 일으켰다가 몰락했다. 당시는 밋 롬니, 밥 돌 등 주류들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후보가 있었다. 현재는 아직 그런 구심이 될 후보가 없다.
<뉴욕 타임스>는 9월초 공화당 진영 단체들이 트럼프에 대한 대규모 반대운동을 숙고하고 있으나, 위험도가 너무 커서 주저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들 단체와 후보 진영들은 트럼프에 대한 공격을 다른 쪽이 먼저 하라며 미루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트럼프를 직접 공격하면, 그의 지지층으로부터 역풍이 불 수 있기 때문이다. ‘캠페인 미디어 분석 그룹’에 따르면, 공화당 예비선거를 위해 예약되거나 산 광고 9천만달러 중 트럼프를 공격한 것은 1300달러에 불과하다고 기사는 보도했다. 그것도 중남미계를 겨냥한 스페인어 광고였다. 트럼프에 대한 지지도 하락을 조성하는 선거운동 자금이 일주일에 2천만달러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공화당의 엘리트들이 마냥 손을 놓고 있지는 않을 거다. 폴 라이언은 하원의장 출마를 수락하며, 자신을 중심으로 한 당의 단합을 옥죄고 있다. 저학력 블루칼라 백인층에 비해 침묵을 지키는 공화당 계열의 고학력 화이트칼라 백인층도 시간이 갈수록 목소리를 낼 것이다. 공화당이 트럼프를 선택할 수 있느냐는 질문은 공화당 엘리트들과 트럼프의 싸움에서 누가 이기느냐는 질문이기도 하다.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Egil@hani.co.kr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