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국민통합전선(FCN)당 소속의 지미 모랄레스 대통령 당선자가 25일(현지시간) 과테말라 시티에서 연설하고 있다. 왼쪽은 모랄레스의 부인 힐다 퍼트리샤. 사진 믹소 (과테말라) AFP=연합뉴스
‘정치·행정 깜깜이’…득표율 67.5%
“20년간 웃겨와 울게 하지 않을것”
‘부패 혐의’ 전 대통령 부인 눌러
“20년간 웃겨와 울게 하지 않을것”
‘부패 혐의’ 전 대통령 부인 눌러
정치 경험이라곤 전혀 없는 코미디언이 압도적인 지지로 과테말라 대통령에 당선됐다.
과테말라 선거관리위원회는 25일 대선 결선 투표에서 중도우파 성향의 국민통합전선 후보인 지미 모랄레스(46)가 득표율 67.4%로 차기 대통령에 당선했다고 발표했다. 중도좌파 국민희망연대 후보이자 전 대통령의 부인인 산드라 토레스는 32.6%를 얻는 데 그쳤다. 이번 대선은 직전 대통령인 오토 페레스가 지난달 부패 혐의로 전격 구속되면서 정치권의 고질적인 부패 문제가 최대 이슈로 떠오른 선거였다. 두 후보 모두 ‘부패 척결’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모랄레스는 과테말라의 국민 코미디언으로 큰 인기를 누렸지만 정치·행정은 ‘깜깜이’다. 반면 토레스는 앞서 2008~2012년 대통령을 역임한 알바로 콜롬의 집권 시절에 사회정책 마련에 적극 참여한 중량급 여성 정치인이다. 그러나 과테말라 유권자들은 ‘풋내기 정치인’을 새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유권자들은 산드라 후보도 부패에 찌든 정치인 집단의 일부로 여겼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 외신들이 전했다.
모랄레스는 2007년 코미디 영화에서, 실현불가능한 공약을 남발하다 우연히 대통령이 될 뻔한 얼뜨기 카우보이 역을 열연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토레스는 선거운동 중 “과테말라는 코미디가 아니다”며 모랄레스의 경험 부재를 공격했다. 모랄레스는 “나는 20년 동안 사람들을 웃겨왔다. 대통령이 된다면 국민을 울게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로이터> 통신은 25일 “농담 아님: 과테말라 코미디언이 대통령이 되다”란 제목으로 선거 소식을 전했다.
모랄레스는 당선 직후 “유권자들은 변화를 선택했고, ‘부패를 끝내라’는 투표를 했다”며 부패와의 전쟁을 다짐했다. 그러나 모랄레스의 소속 정당이 옛 군부 독재정권과 관련이 깊다는 의혹에다, 정책공약집이 모두 6쪽뿐일 만큼 빈약하며, 의회 의석이 전체 158석 중 11석에 불과한 점 등 그가 앞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 한계와 과제도 만만치 않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