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자극적인 말로는 문제 못 풀어”
이라크 전쟁 결심엔 지지 표명
이라크 전쟁 결심엔 지지 표명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재임 1989~1992년·사진)이 오는 10일(현지시각) 출간될 자서전 <운명과 권력>에서 아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재임 2001~2008년)이 재직 당시 한 ‘악의 축’ 발언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아버지 부시는 언론인 출신인 존 미첨이 대필한 자서전에서 “자극적인 말로는 신문의 제목을 장식하기 쉽지만, 외교적 문제를 풀기는 어렵다”며 “‘악의 축’ 발언은 어떤 도움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증명됐다”고 말했다고 5일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아들 부시는 9·11 테러 직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듬해인 2002년 1월 국정연설에서 북한·이란·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지칭하고 적대적 압박 정책을 분명히 했다. 그로부터 거의 14년이 지난 뒤, 아버지 부시가 아들의 대통령 재임 당시 발언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이다. 대필가인 미첨은 아버지 부시에게 ‘악의 축 발언 비판’ 구술을 받아쓴 문장을 보여주며 맞느냐고 되묻자, 아버지 부시는 “그게 바로 내가 한 말”이라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놀라운 것은 발언에 실린 감정이 아니라 아버지 부시가 공개적으로 그런 표현을 했다는 점”이라고 촌평했다. 미국 온라인 매체 <복스>도 “아버지 부시의 이번 발언은 아들 부시의 ‘악의 축’ 발언이 당시에는 호평을 얻었으나, 미국의 이해에는 현실적인 손해를 낳은 엄청난 실패였다는 미국 외교가의 컨센서스를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아버지 부시는 그러나 자서전에서 전반적으로 아들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으며, 아들 부시가 이라크 전쟁을 결심하고 사담 후세인을 제거한 것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대신, 아들을 보좌했던 딕 체니 전 부통령과 도널드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 등 네오콘들에 대해서는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체니)했다거나 “거만한 친구”(럼스펠드)라며 혹독하게 비난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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