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국교 정상화 이후
전문인력 불법이주 크게 늘자
당국, 보건의료 체계 유지 고육책
전문인력 불법이주 크게 늘자
당국, 보건의료 체계 유지 고육책
쿠바의 자국 고급 의료인력 지키기에 비상이 걸렸다.
쿠바 정부는 1일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에 공표한 성명에서 “국민의 보건 서비스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전문의료인들이 개인적 목적으로 해외여행을 할 경우 보건부의 허락을 받도록 규제하는 법령이 오는 7일부터 발효된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 조처는 의료인들의 해외여행이나 거주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여행 일정을 분석해 대체 의료인력 활용 계획을 고려함으로써 국내 보건의료 서비스의 이용과 품질, 지속성과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초 2012년 10월 제정된 이 법령을 지금 시행하는 것은 올해 초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 이후 의료인 등 전문인력의 불법 이주가 급격히 늘면서 국가의 보건의료 체계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쿠바의 우수한 의료 수준과 보편적 무상의료 시스템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공공의료복지의 모범사례로 명성이 높았다.
그러나 쿠바 혁명 이후 반세기 동안 지속됐던 경제제재와 미국의 ‘쿠바 흔들기’ 전략은 쿠바를 극심한 경제난으로 몰아넣었다. 특히, 미국은 자국 영토에 일단 발을 디딘 쿠바인에게는 영주권을 제공하는 쿠바인 정착법(1966년)과 ‘젖은 발, 마른 발’ 정책(바다에서 발견된 쿠바인은 돌려보내고 땅에 올라온 쿠바인은 수용·1995년)에 이어, 2006년 조지 부시 정부 시절에는 ‘쿠바 의료전문인력 입국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쿠바 정부는 세계 곳곳에 의료인력을 파견하고 있으나, 그 중 상당수가 귀국하지 않고 미국 등 고임금이 보장되는 나라로 불법 이주를 시도하는 바람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현재 쿠바에는 8만5000여명의 의사가 있으며 이 중 2만5000명은 세계 50여개국에 파견돼 있다. 이들이 본국에 송금하는 수입은 연간 100억달러 규모로 쿠바의 외화 수입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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