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omments.com
국제 초점 I 미국 ‘총기 전염병’
“샌버너디노 총격범들은 탄약 6000발을 갖고 있었다. 슈다페드(감기약의 일종)를 사려면 3종류의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는데 어째서 총알을 사는 건 그렇게 쉬운 걸까?”
지난달 27일 미국 콜로라도스프링스와 지난 2일 로스앤젤레스 동부 샌버너디노 총기 난사 사건 뒤 미국의 유명 방송인 스티븐 콜베어가 심야 토크쇼 <레이트 쇼>에서 물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 사회가 다시 묻고 있다. ‘뫼비우스의 띠’ 같은 미국의 총기 규제 논란이 또 뜨겁다.
샌버너디노 사건에도 ‘거꾸로 미국’
최근 총기 소유 찬성 여론 54%
총기규제 강화 법안 2건은 부결
인구보다 많은 3억5천만정 소유 공화 반대에도 “신원조회 확대”
오바마, 곧 행정명령 발동할 듯 ■ 공화당-오바마 다시 충돌 샌버너디노에서 14명이 사살된 다음날인 3일 워싱턴 의회에서는 총기 규제 강화를 위한 법안 2건이 부결됐다. 하나는 온라인과 총기박람회에서 총기 구매 때에도 신원조회를 하도록 기존 제도를 확대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테러 감시자 명단에 오른 사람의 구매를 제한하는 것이었다. 공화당 대선 후보들인 테드 크루즈, 린지 그레이엄, 랜드 폴, 마코 루비오 등 상원의원 4명은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나흘 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했다. 총기 난사 사건으로 그가 직접 나선 16번째 연설이었다. “도대체 (잠재적) 테러 용의자에게 반자동 무기 구매를 허용하자는 논리는 어떤 것일 수 있나… 이건 국가안보의 문제다.”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추진했던 법안을 언급하며 공화당을 비판했다. 정통 보수층의 지지가 두터운 루비오는 <시엔엔>(CNN) 방송 인터뷰에서 비행금지 명단에 오른 사람이 7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며 “다수가 테러와 관련이 없는 일반적인 미국인”이라고 말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도 동의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총기 참사의 책임을 “정신질환자들”에게 돌렸다. 공화당 쪽은 불확실한 비행금지 명단에 기대 수정헌법 2조가 보장하고 있는 시민들의 합법적 총기 소유 및 사용 권리를 침해할 수는 없다는 태도다.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오바마 행정부가 총기 구매자의 신원조회를 확대하는 새 행정명령을 내릴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의회를 우회해서 총기 규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수정헌법 2조 해석 ‘찬반의 역사’
연방대법, 1939년 총기규제 판단 뒤
2008년·2010년 소유 보장 판결
최근 다시 ‘2조’에 대한 재고 들어가 35년간 대법관 존 폴 스티븐스
“소유논리, 총기협회가 만든 허구”
■ 미국민의 총기 사랑 샌버너디노 사건과 3명이 숨진 콜로라도 가족계획연맹 총기 난사 사건 뒤 미국에선 여론의 변화가 일었을까? 두달여 전인 10월1일 오리건주 엄프콰 커뮤니티 칼리지에서는 총기 사건으로 13명이 숨졌고, 8월26일 버지니아주 프랭클린 카운티에서는 지역 방송사 기자 2명이 생방송 도중 총에 맞아 숨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가족계획연맹 사건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이건 정상이 아니다. 이런 게 정상이 되도록 놔둘 순 없다”고 외쳤지만, 민심은 이와 달라 보인다.
총기 판매는 급증했고 총기 관련 주식들도 급등했다. 미국 최대의 쇼핑일인 지난달 27일 블랙프라이데이 때는 미국 내 총기 판매를 엿볼 수 있는 가장 근접한 통계인 연방수사국(FBI) 국립신속범죄신원조회시스템(NICS)의 신원조회 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략 2초마다 실시된 신원조회는 18만5345건을 기록했다. 미국의 대표적 총기 생산업체 스미스 앤드 웨슨의 주가는 7.29%나 상승했다.
최근 퓨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를 보면 개인의 총기 소유가 개인의 안전을 지켜준다고 믿는 응답자는 54%로, 안전을 위협한다고 답한 40%를 훨씬 앞섰다.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자도 50%로 개인의 총기 소유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47%와 엇비슷했다. 이달 초까지 1만2200여명이 총에 맞아 죽고, 2만5000명 가까이 다쳤어도 미국인들은 여전히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미국에 약 3억5700만정의 총기가 있는 것으로 추정돼, 인구(3억1700만명)보다 많다.
■ 총기 소지는 기본권 vs 엄청난 사기일 뿐 수정헌법 2조는 “규율 있는 민병들은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요하므로, 무기 소지 및 휴대에 관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이 미국 시민의 총기 소유 권리를 보장하는지는 1970년대 이후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됐다. 오랜 논쟁은 2008년과 2010년에야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일단락됐다. 연방대법원은 이 조항이 ‘민병이 무기를 지니도록 하는 의도’라고 판단한 1939년의 판례를 엎고 처음으로 ‘수정헌법 2조가 개인의 총기 소유권을 보장한다’고 판시했다. 총기 소유는 미국민의 기본권이라고 주장해온 전미총기협회(NRA) 등 총기 옹호자들의 완벽한 승리인 듯했다.
그런데 지난 7일 연방대법원의 행보는 의미심장한 파장을 일으켰다. 연방대법원이 시카고 외곽 도시인 “하일랜드파크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반자동 총기류와 10발 이상의 대용량 탄창의 거래 및 소지를 금지해 수정헌법 2조에 명시된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아리 프리드먼이 제기한 소송을 7 대 2로 기각한 것이다. 미 언론들은 연방대법원이 지자체의 자율적 총기 규제권을 보장한 게 아니냐고 분석했다. 애덤 윙클러 캘리포니아대 법학교수는 <뉴욕 타임스>에 “대법관들이 요즘 수정헌법 2조 사건들을 선뜻 받아들이기를 꺼려한다”며 “연방대법원이 수정헌법 2조에 대한 재고를 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35년간 대법관을 지내고 2010년 퇴임한 존 폴 스티븐스는 지난해 <워싱턴 포스트>기고글을 통해 ‘수정헌법 2조 논리는 총기협회가 만들어낸 허구’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보수주의자 워런 버거 전 대법원장이 퇴임 뒤인 1991년 방송에서 수정헌법 2조가 “미국 대중을 상대로 한 이익집단의 사기”라며 “내 평생 본 가장 엄청난 사기 중 하나”라고 한, 23년 전 발언을 빌려온 것이었다. 그는 1986년까지 그 어떤 법관도 수정헌법 2조의 제한적 해석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 누가 규제를 막나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우상이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총기 규제에 적극적이었다. 1981년 직접 총상을 입은 암살 미수 사건의 영향이 컸다. 백악관 대변인 짐 브레이디가 당시 총격으로 반신불수가 되고 평생을 총기 폭력 예방운동에 바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레이건은 1991년 <뉴욕 타임스>에 “내가 브레이디 법안에 찬성하는 이유”라는 기고글을 냈는데, 권총 구매 시 5일간의 대기기간 동안 신원조회를 하도록 하는 이 법은 1993년 11월 제정됐다.
1994년에는 연방 차원의 가장 적극적인 총기 규제법이 통과되기도 했다. 반자동 소총 등 19종의 무기와 대량 탄창의 신규 생산과 판매·소유를 금지하는 법안이었다. 총기협회는 반발했다. 레이건과 제럴드 포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찬성 로비’ 덕분이었을까? 3년 전 70표 차로 부결됐던 법안이 예상을 깨고 통과됐다. 하지만 10년 한시법이던 법안은 2004년 만료됐다. 법안을 연장하거나 대체하기 위해 제출된 법안이 모두 의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08년 11월 당선된 오바마 대통령은 ‘만료된 연방 공격무기 금지 법안 법제화’를 목표로 했다. 그러나 2012년 12월 어린이 20명과 교사 6명이 숨진 샌디훅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뒤 제출된 규제 법안이 상원에서 부결되며 파묻혔다.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이었지만 민주당 의원 15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총기 규제는 총기협회와 공화당의 벽에만 가로막힌 게 아니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최근 총기 소유 찬성 여론 54%
총기규제 강화 법안 2건은 부결
인구보다 많은 3억5천만정 소유 공화 반대에도 “신원조회 확대”
오바마, 곧 행정명령 발동할 듯 ■ 공화당-오바마 다시 충돌 샌버너디노에서 14명이 사살된 다음날인 3일 워싱턴 의회에서는 총기 규제 강화를 위한 법안 2건이 부결됐다. 하나는 온라인과 총기박람회에서 총기 구매 때에도 신원조회를 하도록 기존 제도를 확대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테러 감시자 명단에 오른 사람의 구매를 제한하는 것이었다. 공화당 대선 후보들인 테드 크루즈, 린지 그레이엄, 랜드 폴, 마코 루비오 등 상원의원 4명은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나흘 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했다. 총기 난사 사건으로 그가 직접 나선 16번째 연설이었다. “도대체 (잠재적) 테러 용의자에게 반자동 무기 구매를 허용하자는 논리는 어떤 것일 수 있나… 이건 국가안보의 문제다.”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추진했던 법안을 언급하며 공화당을 비판했다. 정통 보수층의 지지가 두터운 루비오는 <시엔엔>(CNN) 방송 인터뷰에서 비행금지 명단에 오른 사람이 7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며 “다수가 테러와 관련이 없는 일반적인 미국인”이라고 말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도 동의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총기 참사의 책임을 “정신질환자들”에게 돌렸다. 공화당 쪽은 불확실한 비행금지 명단에 기대 수정헌법 2조가 보장하고 있는 시민들의 합법적 총기 소유 및 사용 권리를 침해할 수는 없다는 태도다.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오바마 행정부가 총기 구매자의 신원조회를 확대하는 새 행정명령을 내릴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의회를 우회해서 총기 규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수정헌법 2조 해석 ‘찬반의 역사’
연방대법, 1939년 총기규제 판단 뒤
2008년·2010년 소유 보장 판결
최근 다시 ‘2조’에 대한 재고 들어가 35년간 대법관 존 폴 스티븐스
“소유논리, 총기협회가 만든 허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