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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마약왕 ‘자전영화’ 헛된 꿈

등록 2016-01-10 20:18수정 2016-01-11 17:00

8일 시날로아주 로스모치스에서 붙잡힌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엘 차포’ 구스만이 군인들에게 둘러싸여 헬리콥터로 이송되고 있다. 로스모치스/EPA 연합뉴스
8일 시날로아주 로스모치스에서 붙잡힌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엘 차포’ 구스만이 군인들에게 둘러싸여 헬리콥터로 이송되고 있다. 로스모치스/EPA 연합뉴스
멕시코 구스만, 지난해 땅굴파고 두번째 탈옥
일대기 영화로 만들려 숀 펜 등과 접촉 ‘덜미’
지난해 7월 1.5㎞의 땅굴을 파고 두번째 탈옥에 성공했던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61)이 8일 덜미가 잡힌 건, 자신의 일생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던 욕망 때문이었다. 그는 할리우드 배우 숀 펜(55)과 인터뷰를 했다가 감시망에 걸려들었다.

조직원 100명 ‘호위’ 숀 펜과 인터뷰
6개월만에 근거지서 또 잡혀 재수감
미국 연방 법원 최소 7곳서 기소
이르면 올 여름께 이송 가능성

키가 작아 ‘엘 차포’라는 별명을 가진 구스만은 6개월 전 알티플라노 교도소를 탈옥한 뒤부터 ‘자수성가’ 일대기를 영화화하기 위해 사람들을 시켜 배우·제작자들과 접촉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악명 높은 마약조직의 두목이 된 구스만은 10억달러가 넘는 재산을 모으고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붙잡혔으나, ‘철통 보안’을 자랑하는 교도소에서 두차례나 탈옥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자신의 이야기가 할리우드에서 대박이 날 것으로 굳게 믿었다. 아렐리 고메스 곤잘레스 멕시코 검찰총장은 “구스만이 자신의 일생을 다룬 영화를 찍으려고 배우와 제작자들과 연락을 취한 것이 그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왼쪽)이 지난해 10월2일 멕시코 밀림에서 할리우드 배우 숀 펜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롤링 스톤> 누리집 갈무리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왼쪽)이 지난해 10월2일 멕시코 밀림에서 할리우드 배우 숀 펜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롤링 스톤> 누리집 갈무리
구스만은 도주 중이던 지난해 10월2일 밀림에서 할리우드 배우 숀 펜과 만나 미국 대중잡지 <롤링 스톤>에 실릴 인터뷰를 했다. 다리를 놔준 사람은 멕시코 여배우 케이트 델 카스티요(43)였다. 2011년 현지 드라마 <남부의 여왕>에서 마약조직 두목을 연기했던 카스티요는 구스만이 영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유일하게 신뢰하는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스티요와 동행한 숀 펜은 100여명의 조직원들에게 둘러싸인 곳에서 저녁을 먹으며 7시간 동안 인터뷰를 했다고 밝혔다. 구스만은 자신이 6살부터 오렌지와 음료수를 팔았으며 15살에 양귀비 등을 재배하기 시작했던 것은 “가난한 가족이 살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그 누구보다 많은 헤로인, 필로폰, 코카인과 마리화나를 공급한다”며 자신의 수하에 잠수함과 비행기도 있다고 자랑했다. 자신도 마약에 손댄 적은 있지만 중독된 적은 없고, 20년 전에 마약을 끊었다고 했다.

구스만은 지난해 7월 탈옥을 위해 섭외한 기술자들을 독일로 보내 3개월간 특별교육을 받게 했다고도 밝혔다. 구스만은 1년 동안 최소 100만달러를 들여 자신의 감방에서 외부의 목장으로 이어지는 1.5㎞ 땅굴을 파 도망쳤는데, 땅굴 안에는 오토바이용 철로도 있었다.

숀 펜은 이후 블랙베리 메신저와 유령 이메일 계정, 사람편을 통해 메시지와 영상을 주고받으며 인터뷰를 이어갔다고 했다. 연락을 취할 때마다 값싼 ‘대포폰’을 마련해, 연락 뒤엔 태워버리고 늘 암호화 수준을 고려하는 등 극도로 보안에 신경썼다고 했다.

구스만이 붙잡힌 하루 뒤인 9일 이들의 비밀 인터뷰 소식도 공개됐다. 멕시코의 한 당국자는 9일 <에이피>(AP) 통신에 “인터뷰 덕분에 두랑고 산악 지역에 있는 구스만의 은신처를 찾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멕시코 당국이 지난해 10월 숀 펜과 구스만의 만남을 알게 된 뒤부터 숀 펜을 감시해 구스만을 추적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시 구스만은 체포망을 빠져나갔다.

6개월 만에 막을 내린 구스만 체포의 결정적 단서는 한 주민의 제보였다. ‘시날로아주 로스모치스에 무장한 남성들이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시날로아주는 구스만의 고향이자 그의 마약조직의 근거지인 곳이다. 2014년 체포 당시에도 구스만은 이곳에 숨어 있었다. 구스만은 고향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종의 ‘로빈 후드’로 대접받는다.

멕시코 당국은 한달여간의 감시 끝에 8일 새벽 구스만의 은신처를 급습했다. 그는 하수구 터널을 통해 현장을 벗어났다. 차를 훔쳐 도주를 시작한 그는 얼마 못 가 고속도로에서 붙잡혔다. 체포 과정에서 5명이 숨지고, 구스만의 오른팔로 알려진 조직 2인자 ‘엘 촐로’도 붙잡혔다. 구스만은 알티플라노 교도소에 다시 수감됐다

하지만 멕시코가 미국의 앞선 범죄인 인도 요청을 받아들일 뜻을 밝혀, 이르면 올여름 미국으로 이송될 가능성도 있다. 구스만은 마약 밀매와 인신매매 등 혐의로 적어도 7곳의 미국 연방지방법원에 기소된 상태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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