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도 없던 일
브라질의 극심한 불황이 삼바축제 열기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1930년대 세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난에 시달리는 브라질의 여러 도시들에서 다음달 초로 예정된 카니발 축제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가톨릭 국가인 브라질은 매년 2월 중순에서 3월초 시작되는 사순절 시기의 금욕과 절제 생활을 앞두고 4~5일간 한바탕 축제를 즐긴다. 관광객만 100만명을 끌어들이는 축제의 절정은 삼바춤 퍼레이드다.
그러나 올해는 깊은 불황과 실업난,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정치권을 강타한 부패 의혹이 맞물려 축제를 즐길 분위기가 아니라고 신문은 전했다. 브라질의 카니발 취소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에도 없었던 일이다.
상파울루주의 인구 300만명 도시인 캄피나스는 세수 급감으로 삼바 퍼레이드 지원금 130만헤알(약 3억8800만원)을 집행할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캄피나스시 문화국장은 “필수적이지 않는 서비스들은 최우선 삭감 대상”이라고 말했다. 상파울루주의 또다른 도시 포르투 페레이라도 사상 처음으로 올해 카니발 축제를 취소하고, 관련 예산을 구급차 구입에 쓰기로 했다. 북부 도시 마카파, 남부 도시 라브라스도 올해 축제를 보류했으며, 이런 움직임은 계속 확산될 조짐이다.
지자체가 주최하지 않는 비공식적 거리 축제들이 열릴 수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초라한 행사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리우데자네이루 최대의 카니발 가면 제조업체 사장인 올가 발레스는 “예년에 4만~5만헤알 규모를 주문하던 상인들이 올해는 3000헤알 정도의 주문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