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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브라질 신화 룰라의 추락

등록 2016-02-15 19:46수정 2016-02-15 20:35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
부동산 편법취득 2006년 대선 불법자금, 페트로브라스 인사개입 건설업체 금융지원 개입 …
지난주 브라질 동부 도시 헤시피에서 열린 카니발 축제의 가장행렬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을 풍자한 풍선인형이 등장했다. 흰색과 검정색 줄무니의 죄수복 차림에 돈다발을 움켜쥔 모습이었고, 옆엔 채찍을 든 여성 간수가 나란히 서 있었다.

2014년 대선 때 불거진 브라질 최대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의 정경유착 추문이 룰라 전 대통령을 최대의 정치적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룰라쪽 혐의 부인 “중상모략”
작년 본격화한 검찰 수사결과
고위 당직자·기업인 잇단 체포
룰라·노동자당 민심 날로 악화
2018년 대선 재출마는커녕
올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도 낮아

룰라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에서 승리한 뒤 사회복지 프로그램과 임금 인상을 통해 200만명의 국민을 절대빈곤에서 구제한 국민 영웅이었다. 가난한 노동운동가에서 노동자당을 창당해 집권한 입지전적 인물이자 남미 중도좌파 블록의 대부이기도 하다. 두 번째 임기를 마치고 2010년 퇴임할 당시 그의 지지율은 90%에 이르렀다. 한때 큰 인기를 누렸던 룰라 전 대통령이 지금은 자신의 정치 이력을 얼룩지게 하고 측근들한테 족쇄가 되는 부패 의혹을 떨쳐내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14일 <브라질비즈니스투데이> 등이 보도했다.

룰라 전 대통령과 부인 마리사는 17일 연방검찰에 출두해 집권 노동자당의 정경유착 혐의에 대한 소명을 내놓아야 할 처지다. 상파울루 검찰의 한 대변인은 룰라와 마리사가 페트로브라스와의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한 건설업체가 룰라 소유로 알려진 바닷가 아파트를 공짜로 리모델링해 주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룰라는 부동산 편법 취득, 2006년 대선 불법자금, 페트로브라스 고위직 인사 개입, 국영은행의 대형 건설업체 금융 지원에 영향력 행사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룰라 쪽의 변호인단은 이런 혐의가 “터무니없는 중상모략”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문제의 아파트가 룰라의 소유라는 어떠한 주장도 근거가 없다는 것을 입증할 서류들이 이미 제출돼 있다”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룰라의 명예와 이미지에 먹칠을 하려는 일부 언론들과 정치적 이념에서 비롯한 조작 캠페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룰라의 뒤를 이은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움직임을 비롯해, 노동자당과 경제계의 부패 추문과 그에 대한 여론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대선에서 세 차례 연속 노동자당에 패배한 중도 우파 야당과 기득권 중산층이 비판적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검찰 수사로 집권당 고위 당직자들과 기업인들이 잇따라 체포되고 혐의가 드러나면서, 룰라와 노동자당의 설 땅은 갈수록 좁아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9월엔 노동자당의 주앙 바카리 네투 전 재무국장이 뇌물 수수와 돈세탁 혐의가 인정돼 15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2018년 대선에 다시 출마해 3선을 노리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대선 출마는커녕 올해 지자체 선거에서 집권 노동자당이 승리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4일 정치 분석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정치·경제 자문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의 주앙 카스트루 네베스는 “룰라가 2018년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은 이전에도 낮았지만, 지금은 부패 혐의 때문에 더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나운 민심에는 실업난과 마이너스 성장 등 최근 1세기 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브라질의 경제난도 큰몫을 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여론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현지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가 ‘브라질 헌정 사상 가장 성공한 대통령’을 묻는 조사에서 룰라는 한때 71%를 얻었으나 지난해 말 조사에서는 39%로 내려갔다고 <연합뉴스>가 15일 전했다. 또 2018년 대선 출마를 가정한 예상 득표율도 22%에 그쳐, 야권의 유력 후보에 10%포인트나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유라시아 그룹의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분의1만이 “룰라가 정직한 정치인”이라고 답한 반면, 응답자의 거의 70%는 “(룰라가) 다른 정치인들처럼 부패했다”고 응답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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