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에서 3연임으로 최장기 집권을 하고 있는 에보 모랄레스(57) 현 대통령의 4선 도전이 좌절됐다.
<에이피>(AP) 등 외신은 대통령 연임 제한을 폐지하는 개헌안이 21일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찬성 48.7%, 반대 51.3%로 부결됐다고 24일 보도했다. 2020년까지 세 번째 임기를 지내는 모랄레스 대통령은 2019년에 치러지는 대선에서도 출마하기 위해 개헌을 추진해왔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24일 부결이 확정된 뒤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볼리비아 국민들의 민주적 의사를 존중한다”며 투표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볼리비아 남서부의 푸포 호수 근처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997년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고, 2006년 볼리비아 역사상 첫 원주민 출신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는 천연가스 수익을 국민들에게 공평하게 배분하는 등 자신의 임기 동안 빈곤문제 해결에 역점을 뒀고, 볼리비아의 극빈층은 2005년 38.2%에서 2012년 21.6%로, 실업률은 5%대에서 3%대로 낮아졌다. 도보 여행을 즐기고 시민들과 스스럼없이 축구를 하는 등 소탈한 이미지로 인기를 끌었던 그는 세 차례의 대선에서 평균 61.5%의 지지를 얻었으며, 지난달을 기점으로 볼리비아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1825년 이래 가장 오래 집권한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최근 터진 부패와 추문으로 그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독신인 그에게 혼외자 스캔들이 터졌고, 집권세력 내부에서 공적자금을 유용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그의 인기는 식었다. 아웃사이더로서 인기를 끌었던 그에게 기득권층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졌고, 이는 곧 국민투표 부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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