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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브라질 정국 격랑…‘대통령 탄핵 촉구’ 350만명 거리로

등록 2016-03-14 19:59수정 2016-03-14 20:38

브라질 최대도시 상파울루에서 13일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집권 노동자당의 정경유착 추문에 항의하며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최 쪽은 이날 브라질 전역에서 벌어진 시위에 최대 350만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상파울루/EPA 연합뉴스
브라질 최대도시 상파울루에서 13일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집권 노동자당의 정경유착 추문에 항의하며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최 쪽은 이날 브라질 전역에서 벌어진 시위에 최대 350만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상파울루/EPA 연합뉴스
정경유착 추문·극심한 경제난
400여개 도시서 최대규모 반정부시위
룰라 전대통령 처벌 요구도 거세
노동자당 지지자들은 맞불 시위
기득권층 좌파정권 흔들기 분석도
정경유착 부패 추문과 극심한 경제난이 브라질 사회를 극단적인 분열로 몰아가고 있다. 집권 노동자당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68)에 대한 탄핵 요구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70)을 처벌하라는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당과 함께 연립정권의 양대 축인 브라질민주운동당은 연정 탈퇴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반면, 노동자당을 지지하는 쪽에선 두 전·현직 대통령까지 겨냥한 부패 수사와 반정부 시위가 좌파 정권에 대한 보수 기득권층의 ‘사법 쿠데타’라는 의심이 깊다.

일요일인 13일 브라질 전역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경제 중심지인 상파울루에서만 경찰 추산 140만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오는 등 400여개 도시에서 350만명이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고 <아에프페>(AFP) 등 외신들이 전했다. 제1야당인 브라질사회민주당(PSDB) 등 야권과 경제단체, 전문직과 중산층 시민이 대거 참여한 시위에선 “지우마 퇴진”, “룰라를 감옥으로”같은 구호가 터져나왔다. 브라질 검찰은 최근 룰라 전 대통령을 뇌물 수수와 돈세탁 혐의로 조사하고 법원에 사전구속과 기소를 요청했다. 또 호세프 대통령은 국영은행의 돈을 재정적자 충당과 복지예산에 전용했다는 혐의로 의회의 탄핵 요구에 몰렸다. 이에 따라 노동자당에 대한 불신과 반감도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시위 주최 쪽은 이날 전국의 시위 참가자 수가 600만명이 넘는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경찰을 인용한 현지 언론의 추산조차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브라질 여론조사기관 다타폴하는 이날 상파울루 시위대가 경찰 추산의 3분의1 수준인 50만명이라고 집계했다. 그러나 이런 정도도 반정부 시위로 역대 최대 규모다. 그만큼 민심이 동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지 언론은 이번 시위를 호세프 정부에 대한 ‘불신임 투표’라고 비유했다.

애초 노동자당을 지지했던 이들조차 등을 돌릴 정도로 사태는 심각하다. 당장, 노동자당과 연정을 구성한 브라질민주운동당은 12일 전당대회에서 연립정권 탈퇴 여부를 30일 안에 결정하기로 하면서 연정붕괴 위기설까지 나온다. 시스템 분석가인 바바라 산토스는 <가디언>에 “대선 때 룰라에 표를 주었지만 지금은 그가 도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룰라가 한 건설사로부터 부당한 금전적 혜택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한 실망과 분노의 표시였다.

노동자 출신 대통령이었던 룰라는 두 번의 임기를 마치고 2010년 퇴임하기 직전에도 80%가 넘는 지지율을 자랑했으며, 호세프 현 대통령도 그의 후광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이런 ‘남미 좌파의 신화’도 고질적인 정경유착과 최근 몇년새 지속된 최악의 경제난 앞에서 한순간에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3.8%였고, 올해 성장률도 -3.45%로 예측했다. 반면 물가와 환율, 재정적자, 실업률은 가파르게 치솟았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노동자당의 경이적인 경제 발전와 복지 프로그램의 혜택을 누린 브라질 국민 대다수가 실제로 전·현직 대통령을 내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뉴욕 타임스>는 13일 리우데자네이루 시위에 나선 수십만명의 시민 중 다수는 상대적으로 특권을 누리는 계층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도 “그럴 만한 이유가 없는데, 물러나지 않겠다”며 사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노동자당 지지 시민들은 이날 반정부 시위에 맞서 문화제 형식의 맞불 시위를 벌였다고 남미 위성방송 <텔레수르>가 전했다. 이 시위를 조직한 문화예술 활동가들은 “언론과 기업, 우파 세력이 반정부 캠페인을 조장한다”고 비난하며 ‘브라질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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