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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성 정체성 따라? 출생 성별 따라? 트랜스젠더 ‘화장실 전쟁’

등록 2016-05-10 20:05

미 연방-주 정부 소송전

노스캐롤라이나주 법률 제정
“성전환 여성은 남성 화장실로”

미 법무부, “성소수자 인권 침해”
‘화장실 논쟁’ 전국 이슈로 비화
지난달 25일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HB2’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대들이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성전환자가 출생증명서상의 성별과 다른 공공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해 ‘성소수자 화장실 차별법’으로도 불리는 이 법안을 두고 9일 노스캐롤라이나 주 정부와 미 법무부가 맞소송을 벌이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롤리/AP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HB2’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대들이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성전환자가 출생증명서상의 성별과 다른 공공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해 ‘성소수자 화장실 차별법’으로도 불리는 이 법안을 두고 9일 노스캐롤라이나 주 정부와 미 법무부가 맞소송을 벌이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롤리/AP 연합뉴스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성 정체성에 따라 공공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법안에 대한 공방이 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와 미국 연방 법무부의 맞소송전으로 치달았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법무부의 법안 수정 요구가 지나친 월권 행위라고 주장하는 반면, 법무부는 이번 법안이 성소수자를 향한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맞서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팻 매크로리 주지사는 9일 ‘HB2’(House Bill 2) 법안의 수정을 요구한 미 법무부의 요구가 ‘근거 없고 노골적인 월권’이라며 노스캐롤라이나 연방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법무부는 개인의 성 정체성에 따른 화장실 사용을 금지하고, 출생증명서에 나타나 있는 성에 따라서만 공공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명시한 ‘HB2’가 1964년 제정된 ‘연방 시민권법’을 위반한다며 9일까지 수정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연방 시민권법은 인종과 민족, 출신 국가, 성별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다.

화장실
화장실
그러나 매크로리 주지사는 법무부가 시민권법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매크로리 주지사는 소송 제기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법무부의) 연방 시민권법 해석에 동의하지 못한다. 그것이 바로 시민권법이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재판부에 낸 이유”라며 “이 문제는 더 이상 노스캐롤라이나만의 이슈가 아니라 전국적인 이슈가 되었다”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의회의 공화당 의원들도 법무부를 상대로 비슷한 소송을 제기했다.

매크로리 주지사의 기자회견이 끝난 몇 시간 뒤, 미 법무부도 “‘HB2’ 법안은 차별을 금지하는 연방 시민권법을 위반한다”며 노스캐롤라이나의 다른 연방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로레타 린치 미 법무장관은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진보의 역사에서 차별적 대응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주에서 개인에게 다른 정체성으로 위장해야 한다고 강요할 때, 우리 중 그 누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밝혔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내에서 성소수자의 차별을 금지하는 조례의 제정을 금지하고, 인종이나 성차별과 관련한 소송도 제기하지 못하도록 명시한 ‘HB2’는 지난 3월23일 매크로리 주지사가 공식 서명하며 전국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이 법에는 성전환자가 출생증명서상의 성별과 다른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성소수자 화장실 차별법’으로도 불린다.

법안 지지자들은 트렌스젠더들이 성 정체성에 따라 화장실을 사용한다면 성범죄의 위험성이 커질 것이라 주장하는 반면, 반대 쪽은 “스스로 여성이라 생각하고, 외모도 여성인 트랜스젠더가 강제로 남성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성범죄를 높일 것”이라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법안이 통과된 뒤 거센 역풍을 맞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온라인 결제 업체인 페이팔의 대규모 투자 계획이 철회되고, ‘비틀스’의 링고 스타를 비롯한 유명 가수들의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기도 했다.

미국 전역으로 번진 이번 ‘화장실 논쟁’이 ‘미국 연방 시민권법의 경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남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 정체성 법안을 연구해 온 더글러스 니제임 캘리포니아대학 법학교수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몇 년간 있었던 논쟁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며 “한 가지 명확해진 것은 화장실 접근에 대한 이슈가 문화전쟁에 확실히 휘말렸다는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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