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에서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숨져
백인 경찰 과잉 진압 따른 비폭력 메시지 꾸준히 전파
로 스쿠터 향한 애도 물결, 소셜미디어에 잇따라
백인 경찰 과잉 진압 따른 비폭력 메시지 꾸준히 전파
로 스쿠터 향한 애도 물결, 소셜미디어에 잇따라
“이 거리의 평화를 빈다.”
25일 저녁 총에 맞아 숨지기 한 시간 전 ‘로 스쿠터’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23살 미국 볼티모어의 인기 래퍼 타이리스 트래번 왓슨은 자선 농구경기를 열었다. 볼티모어 거리에 넘쳐나는 폭력을 멈추고 싶어 ‘터치 더 피플’이라는 행사에 볼티모어 음악인과 주요인사들을 불러모았던 터였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들도 어우러질 수 있다는 것을 보이는 자리였다. 그는 자신의 음악뿐 아니라, 교실과 방송에서도 볼티모어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려고 애써왔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성황리에 행사를 마무리한 로 스쿠터는 자신의 차를 타고 모건주립대학 캠퍼스를 떠났다. 2㎞도 못 가 그는 괴한이 쏜 총을 맞고 쓰러졌다.
볼티모어 경찰은 목격자들의 증언을 종합해볼 때 흰 밴다나(목이나 머리에 두르는 손수건)를 한 흑인 남성이 도로로 나와 차 안의 로 스쿠터에게 총을 쐈다고 밝혔다. 로 스쿠터는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눈을 뜨지 못했다. 경찰은 표적 살인이라고 보고 범인 추적에 나섰다.
T.J. 스미스 볼티모어 경찰서 대변인은 트위터에 “우리도 이제 이런 상황을 지겹다고 느껴야 한다. #스쿠터(의 죽음)이 우리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을까?”라는 글을 올렸다.
바로 한 시간여 전 로 스쿠터가 전하려던 메시지였다. 함께 자선 농구대회에 출전한 음악인 타도는 “사람들은 래퍼들이 서로 싫어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를 한자리에 불렀다. 즐기자는 것이었고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핀 모습을 보여주다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로 스쿠터는 볼티모어에서 가장 사랑받는 래퍼 중 하나다. 그의 2014년 노래 ‘버드 플루’는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미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에 올랐을 때 지역 응원가처럼 번졌다. 그의 ‘버드 플루 춤’을 패러디한 동영상들이 인기를 끌자 로 스쿠터는 자신의 곡을 실제 응원가에 맞게 개사해 내보내기도 했다.
▶로 스쿠터의 노래 `버드 플루’에 맞춰 춤을 추는 아이의 패러디 동영상
로 스쿠터는 2015년 4월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볼티모어 청년 프레디 그레이의 죽음 뒤 ‘비폭력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다. 당시 백인 경찰에 의한 비무장 흑인의 죽음이 잇따르자 대중들의 분노는 폭력 시위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었다. 로 스쿠터는 꾸준히 “분노한 이들에 대한 이해와 함께 평화를 독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볼티모어 청소년을 상대로한 행사의 패널로도 참석했다.
지난달, 로 스쿠터는 흑인 민권운동의 대부 마틴 루서 킹 목사에 대한 글을 읽어주기 위해 한 초등학교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내가 자라날 때는 지역 래퍼들이 나를 위해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며 “그저 아이들에게 경험과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적었다.
미 언론은 로 스쿠터가 떠오르는 차세대 스타였다고 전했다. 로 스쿠터는 최근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해 음반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미디어에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들이 봇물을 이뤘다. 일부는 거리에서 그의 죽음을 추모하고 애도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23살 래퍼는 생전 이렇게 노래했다.
“이렇게 넘쳐나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 어떻게 살란 말이냐”
▶로 스쿠터의 `버드 플루’ 뮤직 비디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로 스쿠터가 연 자선 농구대회 `터치 더 피플’ 행사 포스터. 출처 : 로 스쿠터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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