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27일(현지시각) 낙태시설을 엄격히 규제하는 텍사스주의 사실상 ‘낙태금지법’에 위헌 판결을 한 뒤 소송의 원고인 에이미 핵스트롬 밀러(왼쪽)와 출산권센터 의장인 낸시 노섭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연방대법원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 시설을 엄격히 규제하는 텍사스주의 법률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결했다. 1973년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사건에서 처음으로 낙태권을 인정한 이후 낙태와 관련한 가장 중요한 판결이라고 미 언론들은 평가했다.
미 연방대법원은 27일 텍사스주가 2013년 낙태 클리닉의 의사에게는 환자들을 근처의 큰 병원에 보내도록 하는 권고권을 강제하고, 낙태 시술도 수술실과 충분한 의료 인력을 갖춘 외과병원에서만 할 수 있도록 한 사실상의 ‘낙태 금지법’에 대해 위헌 5, 합헌 3으로 위헌 판결을 했다. 보수적인 대법관인 앤서니 케네디가 진보적인 대법관들 쪽에 합류해 이런 결론이 나왔다. 여성 대법관들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리나 케이건이 모두 위헌 의견을 냈고, 스티븐 브레이어 대법관이 법정 의견을 썼다.
텍사스의 경우 낙태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40여개의 이르던 낙태 클리닉 가운데 상당수가 법률이 정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폐쇄돼 20여곳으로 줄어들었다고 낙태권 옹호 단체들은 밝히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외과수술실과 권고권 요구는 여성의 건강에 거의 도움을 주지 않고 낙태를 하려는 여성들에게 실질적 장애가 돼 ‘과도한 부담’(undue burden)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과도한 부담’은 1992년 ‘펜실베이니아 가족계획연맹 대 케이시’ 사건에서 확립된 기준으로, 낙태를 하려는 여성에게 실질적 장애를 주려는 목적 또는 효과가 있는 법률은 무효라는 것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27일(현지시각) 낙태시설을 엄격히 규제하는 텍사스주의 법률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는 소식을 들은 낙태반대 시위대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31개 주에서 낙태를 제한적으로만 허용하는 법률이 시행 중이고, 이번 연방대법원 판결의 핵심 쟁점이었던 낙태시설 규제나 권고권 강제를 명시한 법이 시행되는 주도 텍사스 외에 25개에 이른다고 했다.
이번 판결 뒤 미국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은 트위터에 “텍사스와 전체 미국 여성들의 승리”라며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다음 대통령은 여성들의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고 밝히며, 이번 판결을 환영했다. 반면, 공화당의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황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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