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2일 미국 메사추세츠 웨스트 티스베리에서 자신의 딸인 말리아(왼쪽)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모습. 웨스트 티스베리/AP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규정하며, 페미니스트로서 갖고 있는 자신의 소신에 대해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4일(현지시각) 미국 글래머(Glamour) 매거진에 기고한 글에서 “나는 단순히 대통령일 뿐만 아니라 페미니스트”라고 밝히며 “성차별이나 성적 고정관념들에 대항하는 싸움에 동참하는 것은 남성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원의원으로 일할 때에는 통근 시간으로 많은 시간을 썼지만, 대통령이 되고 난 뒤에는 통근 시간이 45초로 줄어들면서 딸들이 자라는 과정을 오래 볼 수 있었다는 말로 글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 100년, 50년, 그리고 나의 임기동안 우리가 만든 진보들은, 적어도 내 딸들의 삶이 나의 할머니 세대의 삶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전했다.
오바마는 이어 여성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하고 있고, 구직, 급여, 승진에서도 조금씩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만, 여성의 삶이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에 대한 상습적인 성희롱을 내버려두는 것, 남성이 마치 여성의 존재와 성공에 위협을 받는 것처럼 가르치는 상황을 계속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성차별에 싸워야 하는 것은 반드시 남성의 책임이 되어야 한다”며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2일 미국을 방문중인 싱가포르 총리 부부와 저녁 만찬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이 아내인 미셸 오바마를 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오바마는 성평등을 위해 좋은 정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자 아이들이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거나 남자 아이들이 우는 것들이 당연한 것처럼, ‘여성은 차분해야하고, 남성은 공격적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들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성별’때문에 여성을 차별하고, 남성에게는 보상이 되는 태도들을 바꿔나가야 한다”며 여성을 꿈이나 미래를 억압하는 한계들을 없애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딸의 아버지가 되면 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회에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전한 오바마 대통령은 “배우자와 연인으로서, 남성들은 실제로 평등한 관계에 대해 민감해져야 한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6월 백악관에서 성평등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기도 했을 정도로 성평등 문제에 관심이 많은 정치인 중 하나로 꼽힌다.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 역시 지난해 9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는 페미니스트다. 그리고 내가 페미니스트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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