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의 민주연합회의(MUD)가 공개한 도밍고 구즈만 랜더 병원의 모습. 신생아용 병원 침대가 부족해 반으로 자른 종이상자에 아이들이 누워 있다. <시엔엔> 갈무리
유가 하락 등으로 인해 경제난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한 병원에서 의료시설이 부족해 종이 상자에 갓난 아기들이 담겨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베네수엘라 동부 해안가 도시인 바르셀로나의 ‘도밍고 구즈만 랜더’ 국영 병원에서 갓 태어난 신생아들을 반으로 자른 종이 상자 안에서 돌보는 모습이 중도 보수 성향의 야당 연합인 ‘민주연합회의’(MUD)에 의해 공개됐다고 미국 <시엔엔>(CNN) 방송이 21일(현지시각) 전했다. 야당은 이 사진을 병원 직원에게 전달받았다며 공개했는데, 사진을 보면 병원 카운터로 사용되는 책상 위에 상자 6개가 나란히 놓여 있고, 상자 안에는 아기들이 한 명씩 놓여 있다. 상자 밖으로는 아이의 이름과 출생날짜를 적은 종이가 테이프로 붙여져 있다. 올해 이 병원에서 태어난 아기는 4000여명이 넘는다.
베네수엘라의 민주연합회의(MUD)가 공개한 도밍고 구즈만 랜더 병원의 모습. 신생아용 병원 침대가 부족해 반으로 자른 종이상자에 아이들이 누워 있다. <시엔엔> 갈무리
야당은 경제 위기로 인해 의료 시스템마저 열악해지고 있다며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에 공세를 펴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의료 현실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지난 6월 베네수엘라 약사 연합이 펴낸 통계를 보면, 필요한 약품 가운데 80% 이상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태다. 최근 베네수엘라 전체 의사의 20%에 해당하는 의사 1만3000여명은 경제 위기로 인해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 인접 국가로 떠난 것으로 나타난다.
베네수엘라 ’사회보장청’(IVSS)가 21일 공개한 도밍고 구즈만 랜더 병원의 모습. 신생아용 병원 침대가 갖춰져 있다. 트위터 갈무리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 사진이 오래 전 찍힌 사진이며, 현재는 신생아용 침대가 제대로 갖춰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사회보장청’(IVSS)은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으로 침대가 갖춰진 병원 사진을 공개하며 이 사진이 최근 찍힌 사진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또한 전국에 2000여개의 긴급 의료 센터를 열어 의료 시설 부족에 대응하고 있으며, 야당이 국영 의료 시스템을 민영화하기 위해 의료시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는 원유가 수출의 95%를 차지하는 남미 최대 원유 수출국이지만, 2014년 배럴당 88달러에 이르던 원유가 2015년 35달러까지 하락하자 경제난이 지속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도시 곳곳에서 약탈과 폭동이 이어지면서 야당은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이 경제 위기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국민소환 투표를 추진하고 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