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과거 출연진들 인터뷰 내용 공개
“외설적이고 성차별적 발언 일삼았다”
“외설적이고 성차별적 발언 일삼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과거 자신이 출연했던 텔레비전 프로그램 ‘어프렌티스’(견습생) 제작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여성 출연진들을 희롱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3일(현지시각) 보도했습니다. 당시 트럼프와 함께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스태프들과 출연진 20여명의 인터뷰를 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트럼프가 여성 출연자나 촬영 스태프의 몸매를 거론하며 외설적이고 성차별적인 발언을 일삼았다고 공통적으로 얘기했습니다. 몇몇 스태프들은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절대로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에 응했던 사람들의 발언을 그대로 옮겨봤습니다.
▶랜달 핀켓(2005년 방송 우승자): 트럼프는 여성 출연진을 보고 함께 자고 싶다고 말했었다. 멜라니아와 3번째 결혼을 한 직후였다. 그는 항상 “저 여자 섹시하지 않냐, 자고 싶다”고 말하며 지목한 여성을 멍하게 바라보곤 했다.
▶캐서린 워커(프로그램 연출자): 트럼프는 내가 일했던 다섯 시즌 동안 종종 여성의 몸에 대해 말했다. 어떤 출연자들이 잠자리에서 탁월할 것인지 추측하기도 했다. 여성 출연자들을 지목할 때 손으로 가슴을 만지는 흉내를 내며 “가슴이 큰 여자애?” 라고 말하기도 했다. 출연자들의 이름조차 몰랐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여성 카메라 감독에게 치근덕거리기도 했다. 계속 “귀엽다”, “엉덩이 죽이네”라고 말했다. 너무 심하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익명의 스태프 1): 트럼프는 남성 출연자들에게 여성 출연자들과 자고 싶은지 종종 물었고, 자신이 자고 싶은 출연진들을 얘기하기도 했다. 회의실에서 사람들이 모여 얘기를 할 때 트럼프가 들러서, 그 자리에 있는 여성을 지목하며 “너, 쟤랑 자고 싶지? 그렇지? 나도 잘거야.” 이렇게 말하는 식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트럼프가 그런 말을 못하도록 노력했지만, 그에게 지목된 사람은 부끄러운 듯이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익명의 스태프 2): 촬영 도중 쉬고 있을 때, 트럼프가 한 여성 출연진을 보며 “오늘 무척 섹시하네. 옷 스타일이 예뻐”라고 말하면서 옆에 있던 남성 스태프에게 “저 여자랑 자고 싶지 않아?”라고 물었다. 사람들은 다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자리에는 10~20대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트럼프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진 포크스(출연자): 트럼프는 한 여성 출연자의 가슴을 가리키며 가슴 사이즈를 물어보기도 했다. 수술한 것인지, 아니면 진짜인지도 물었다.
▶레베카 아른트(카메라 스태프): 트럼프는 스태프들 앞에서 여성 카메라 감독의 외모에 대해서 말했다. “나는 카메라 뒤에 예쁜 여자가 있기 때문에 카메라를 본다”라고 말하는 식이었다. 언뜻 들으면 칭찬같지만, 당연히 옳지 않은 말이다.
▶저먼 아바카(카메라 스태프): 트럼프는 항상 여성의 외모에 대해서 논했다. 여성의 푸른 눈이나 금발을 자꾸 딸인 이방카와 비교했다. 한 스태프를 이방카와 비교하면서 “딸 이방카가 더 예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다른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제니 핀치(출연자): 트럼프는 항상 여성 출연자들을 응원해줬다. 항상 사람들을 칭찬했고, 잘못된 방식으로 대하지 않았다.
▶포피 칼리그(출연자): 나는 항상 사람들이 나쁜 의도를 갖고 말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트럼프는 나를 보면 딸이 생각난다고 말했는데, 나는 그 말이 매우 감동적이었다. 그가 얼마나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지 알기 때문이다.
트럼프 선거운동본부 대변인인 호프 힉스는 이번 보도를 두고 “‘어프렌티스’는 수년간 수백여명의 사람들을 고용했던 성공적인 방송이었다”며 “이번 보도는 괴상하고 근거가 없으며,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어프렌티스’는 2004년 <엔비시>(NBC) 방송에서 첫 방송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총 13시즌이 제작된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입니다. 어프렌티스에 참가한 ‘견습생’들은 도널드 트럼프의 회사 중 하나를 운영하는 계약을 따내기 위해 서로 경쟁합니다. 방송마다 트럼프는 참가자 중 한 명을 해고하는데, 해고되지 않고 마지막까지 남는 한 명의 ‘견습생’이 우승자가 되는 방식입니다. 매 회마다 탈락자를 공개할 때 트럼프가 외쳤던 “넌 해고야!”(You’re fired!)라는 발언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가 이 방송을 통해 유명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방송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과거 미스 유니버스였던 알리시아 마차도의 성차별 발언 폭로에 더해, ‘어프렌티스’ 출연진들과 스태프들 역시 트럼프의 외설적 발언들을 증언했습니다. 대선 직전 트럼프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3일 공개된 폴리티코-모닝컨설턴트의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4%가 트럼프의 성차별 발언을 들었다고 밝혔으며, 이중 여성 유권자의 55%는 그 발언이 트럼프에 대해 덜 우호적인 시각을 갖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습니다. 과연 트럼프는 성차별 발언 논란을 딛고 여성 유권자들의 호감을 얻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요?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어프렌티스’에 출연했던 진 포크스가 당시 도널드 트럼프의 성차별적 발언을 증언하고 있다. <에이피>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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