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스같은 존재” “장사되는 상대”
“조스같은 존재”…“장사되는 상대”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놓고 미국 공화당이 최근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강조하는 이들과 경제적 기회를 중시하는 이들이 각각 무리를 지어 미국의 대중 접근법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둘러싼 조지 부시 행정부 내부의 갈등이 의회로까지 번진 셈이다.
공화당 내부의 두 집단은 올해 초 중국의 정치·경제적 급부상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토론하는 과정에서 ‘군사적 매파’와 ‘상공인 캠프’가 맞서면서 태동했다. 중국을 위협으로 보는 군사적 매파에는 31명의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고, 중국을 기회로 보는 상공인 캠프에는 35명의 의원들이 포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호에서 이들을 ‘공화당의 의회 내 파벌’이라고 표현했다.
군사적 매파의 수장은 버지니아주의 랜디 포브스(53) 의원이다. 그는 ‘중국 의회 코커스’를 이끌며, 중국군의 현대화가 대만이 아니라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에게 중국은 영화 <조스>의 상어처럼 바다 밑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사람들을 공포에 빠뜨리는 위험한 존재이다. 그는 이런 중국에 맞서려면 미국의 해군력 증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버지니아에 조선소가 많다는 것을 반영하는 정치적 주장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일리노이주 출신의 마크 커크(46) 의원이 이끄는 ‘미-중 연구 그룹’은 생각이 다르다. 커크 의원은 “우리 그룹의 목표는 잘못된 정보에 근거해 미국이 중국과 불필요하게 갈등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중국군의 현대화가 “심각하고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무역과 외교적 유대가 중국을 덜 위협적인 존재로 만들 것”이라고 호언한다. 그의 정치기반인 시카고에 보잉과 모토롤라가 있다는 점에서 이들 상공인 캠프의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은 최근 중국 국영 석유회사 시누크가 미국 석유회사 유노칼을 인수하는 문제를 놓고 의회에서 한바탕 맞붙었다. 포브스 의원 쪽은 반대 결의안 채택을 주도해 이 거래를 무산시켰다. 포브스 의원은 중국이 유노칼을 인수하면 알래스카와 멕시코만 시추시설 근처에 있는 미국의 전략적 군사시설을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커크 의원은 유노칼의 석유탐사 활동이 주로 미국 밖에서 이뤄지고, 중국은 미국 석유회사의 자유로운 투자를 허용하고 있다며 반론을 폈지만 역부족이었다.
중국은 노골적으로 커크 의원의 상공인 캠프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 주재 중국대사는 이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차를 마시며 환담한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9월 미국 방문을 추진하면서 이들과 90분 동안 면담하는 일정을 잡기도 했다. 포브스 의원 쪽은 중국대사에게 만나자는 말도 건네지 않고 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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