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미국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맨체스터/AFP 연합뉴스
미국 대선 이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구성할 행정부의 하마평이 벌써부터 미국 주요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아직 대선 투표일까지는 2주일 가량 남았는데, 클린턴 쪽은 당선을 기정사실화하고 당선 이후를 구상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9일 치러진 3차 텔레비전 토론이 끝난 뒤, 승기를 굳혔다고 생각한 클린턴 쪽에서 당선 뒤 행정부 구성과 정권 인수 작업에 착수하고 있다고 <시엔엔>(CNN) 방송이 24일 보도했다. 익명의 클린턴 캠프 관계자는 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클린턴은 지난 텔레비전 토론 준비도 열심히 했지만, 이제는 대통령이 되기 위한 준비도 시작하고 있다”며 “이는 거만한 행동이 아니라 현명한 것”이라 말했다.
클린턴 행정부 비서실장의 유력한 후보로는 론 클레인이 거론된다. 클레인은 앨 고어 전 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2014년 10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그를 에볼라 사태를 총괄한 조정관인 ‘에볼라 차르’로 임명하기도 했다. 대선 캠프에서 클레인은 클린턴의 토론 준비팀을 이끄는 등 주요 직책을 맡았다.
그간 ‘새로운 도전에 목말라 있다’며 우회적으로 비서실장을 맡을 뜻이 없다고 밝힌 존 포데스타 선대위원장 역시 유력한 비서실장 후보로 꼽힌다. 포데스타 선대위원장은 빌 클린턴 정부에서 이미 비서실장을 지낸 바 있다. 지난 20여년간 클린턴의 핵심 참모로 활약해 ‘문고리 권력’으로도 불리는 후마 애버딘은 비서실 부실장으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클린턴이 최근 상·하원 선거 격전지를 돌며 민주당 후보를 돕고, 트럼프 지지를 철회한 현직 공화당 의원들을 적극적으로 만나는 것도 대선 이후를 겨냥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당 내부에서도 적과 아군을 명확하게 구분하며 편을 가르던 것과는 확실히 달라진 태도다. 클린턴 캠프 관계자는 “클린턴은 오바마 행정부보다 상·하원 의원들과 더 친밀하게 지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트럼프에게 등을 돌린 공화당 의원들과도 함께 일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클린턴 쪽은 때 이른 하마평을 조심스러워하는 눈치다. 선거를 앞두고 자칫 투표 결과에 대해 너무 자신만만해 보이지는 않을까 우려해서다. 클린턴은 지난 주말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린 유세 도중 기자들과 만나 “(정권 인수보다는) 더 많은 유권자들이 우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이들에게 확신을 주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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