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각)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당선자가 뉴욕에 자리한 트럼프 타워를 지나가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정권인수위원회가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한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내홍에 휩싸이는 등 삐걱거리고 있다. 백악관 수석전략가로 극우 인사인 스티브 배넌을 임명해 안팎으로 비난을 받은 데 이어,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측근들이 인수위에서 줄줄이 사퇴하면서 인수위 내부 권력다툼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인수위에서 안보 분야를 담당했던 마이크 로저스 전 하원의원은 15일 성명을 내 인수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미 하원 정보위원장을 지낸 로저스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 중앙정부국(CIA) 국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인물이자, 크리스티 주지사의 측근으로 꼽힌다. 인수위 출범 일주일 만에 로저스를 비롯해 크리스티 진영으로 분류되는 인사 4명이 연이어 하차했다. 이와 관련해 <엔비시>(NBC) 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의 ‘스탈린식 숙청’”이라고 표현했다.
선거 기간 중반부터 트럼프 행정부 인수위원장 역할을 맡아왔던 크리스티 주지사는 정작 당선 직후 공식 인수위가 꾸려지자, 당선 이틀 만인 11일 부위원장으로 강등됐다. 이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인수위원장을 맡았다. 한때 공화당 대선 경선 경쟁자였던 크리스티 주지사는 경선 후보들 중 가장 먼저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며 선거 캠프에 합류했지만, 음담패설 비디오 등 트럼프 캠프의 위기 상황에서 소극적인 모습으로 일관해 충성심을 중시하는 트럼프의 눈에 차지 않았다는 게 정설이다. 또 크리스티 주지사는 뉴저지 연방검사로 재직하던 2005년 트럼프의 사위이자 최측근 참모로 꼽히는 재러드 쿠슈너의 아버지 찰스 쿠슈너를 탈세 등의 혐의로 기소하는 등 트럼프 가족과의 ‘악연’도 있다.
인수위가 출범하자마자 곧바로 충성심을 보인 인물 위주로 재편되면서, 13일 라인스 프리버스와 스티브 배넌을 각각 비서실장과 수석 전략가로 임명한 것을 제외하고 인수위 업무가 사실상 정지된 상태다. <뉴욕 타임스>는 펜스 부통령 당선자가 백악관 내부 기밀 등의 정보를 발설하지 말 것을 약속하는 인수인계 양해 각서에도 아직 서명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유력한 국무장관 후보로 꼽히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의 과거 행적이 뒤늦게 주목받으면서 자질 논란이 불거지는 등 트럼프 행정부는 출발도 하기 전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2011년 이란의 반정부단체 ‘무자헤딘 할크’가 미 국무부 테러단체 명단에서 빠질 수 있도록 돈을 받고 연설한 적이 있으며, 로펌을 이용해 카타르·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의 자문과 로비 활동을 지원하기도 했다. <폴리티코>는 외교수장인 국무장관 후보자가 외국 기업들을 위한 로비 활동에 참여한 것은 이해충돌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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