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미국 워싱턴의 상원 의회에서 척 슈머(가운데·뉴욕)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민주당 의원들에게 둘러싸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슈머의 왼편과 오른편 어깨 너머로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의원과 버니 샌더스(버몬트) 의원이 보인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대통령 선거는 물론 연방 상·하원 의원 선거에서도 모두 참패를 당한 미국 민주당의 새 지도부가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을 중심으로 뭉쳤던 민주당 주류와,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을 중심으로 한 진보 진영간의 주도권 다툼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척 슈머(뉴욕) 민주당 상원의원이 퇴임을 선언한 해리 리드(네바다) 상원의원에 이어 새로운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대선 이후 행보에 이목이 쏠렸던 버니 샌더스(버몬트) 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의원은 각각 대외협력위원장, 의원총회 부의장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내 진보 진영을 자처하며 새롭게 떠오른 이들을 지도부로 포섭하면서 당내 지평을 넓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원에서는 지도부 세대교체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열린 민주당 하원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17일로 예정됐던 지도부 선거일이 30일로 연기됐다. 겉으론 선거 패배를 치유하는 시간을 갖겠다는 명분이지만, 당내 소장파 세력이 지난 14년간 원내대표직을 맡아온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에 맞서 새 후보를 내세울 시간을 벌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의 발목을 잡았던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 지역)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캘리포니아나 뉴욕 등 민주당 텃밭 지역 출신 의원들이 당내 리더십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펠로시의 대항마로는 ‘러스트 벨트’ 출신인 소장파 의원 팀 라이언(43·오하이오)이 꼽힌다. 그는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민주당에 등을 돌린 백인 노동자층에게 호소하기 위해선 나 같은 사람이 지도부가 돼야 한다”고 밝히며 원내대표직 출마 여지를 남겼다.
2017년 3월1일 선거를 앞두고 있는 차기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의장직 역시 당을 재정비하는 핵심 자리로 꼽힌다. 일찌감치 버니 샌더스와 엘리자베스 워런, 척 슈머 상원의원의 공개 지지를 받으며 유력한 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키스 엘리슨 하원의원(미네소타)은 최초의 무슬림 출신 흑인 의원이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줄곧 반대하는 등 진보적 노선을 추구해온 인물이다. 2005년부터 5년간 전국위의장을 지냈던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는 민주당 주류에서 차기 의장으로 유력하게 꼽혀 전국위원회 의장직을 놓고도 주류와 비주류 간 대결이 벌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이 이번 패배를 계기로 당을 재정비하지 못할 경우, 2018년 중간선거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모 일레이시 민주당 전략가는 “현재 민주당 안에서 어떤 것이 진정한 당의 가치인지에 대한 논의가 멈춰있다”고 지적하며 “차기 지도부는 이번 선거 결과를 뼈아프게 받아들이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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