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임기 중 마지막 칠면조 사면식 진행
“딸들은 아빠의 농담에 더 이상 안웃어”, “예스 위 크랜” 등
참석자들 허탈한 웃음
“딸들은 아빠의 농담에 더 이상 안웃어”, “예스 위 크랜” 등
참석자들 허탈한 웃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추수감사절을 맞아 두 마리의 칠면조를 사면했다. 2009년 첫 칠면조 사면에 이어 올해 8번째이자 임기 중 마지막 칠면조 사면식을 진행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연이어 ‘아재 개그’(dad joke)를 선보이며 웃음을 자아냈다.
매년 11월 넷째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둔 23일(현지시각),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사면식에서 ‘토트’와 ‘테이터’라는 이름의 칠면조 두 마리를 사면했다고 <시엔엔>(CNN) 등 외신이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매년 사면식에 함께 참석했던 두 딸 샤샤, 말리아가 아닌 조카 오스틴 로빈슨, 애런 로빈슨과 함께 사면식에 등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딸들의 일정이 맞지 않아 참석하지 못했다”면서도, “지난 7년간 사면식을 하면서 내 딸들은 아빠의 아재 개그(dad joke)에 질려버렸다. 사실 딸들은 더 이상 내 농담에 웃지 않는다”며 웃었다. 오바마는 이어 함께 나온 조카들을 향해 “조카들은 워싱턴에 왔지만 아직 시니컬해지지 않았고, 여전히 아재 개그에 웃어준다”며 “이 아이들은 여전히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자신의 대선 슬로건이었던 ‘예스 위 캔’(Yes, we can)을 이용해 ‘예스 위 크랜’(Yes, we cran)이라고 했다. ‘크랜’(cran)은 고대 영어에서 칠면조, 두루미를 비롯한 큰 섭금류의 새를 의미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재 개그에 참석자들은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이 자신의 마지막 칠면조 사면식임을 강조하며 “차이와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지만, 항상 중요한 일이다”며 “우리에게는 차이보다 공통점이 더 많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이어 “미국인들은 관대하며 타인에게 베푸는 나라임을 전 세계에 보여주자”고 강조했으며, “지난 8년간 나를 신뢰해 주고, 가족들에게 친절을 베풀어 준 미국인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연설을 마친 오바마 대통령은 사면 대상으로 지정된 칠면조 ‘토트’에게 다가가 “추수감사절 식탁에 오르지 않도록 사면한다. 축하한다”고 선언했다. 토트는 마치 대통령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날개를 힘차게 퍼덕거렸고, 오바마 대통령은 웃으며 “넌 자유다”라고 말했다. 참석자 가운데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토트는 아이오와주에 거주하는 농부 크리스 도미노가 키운 칠면조인데, 칠면조 생산자 모임인 ‘전국 칠면조 연맹’은 사면식 대상으로 지정된 토트를 아이오와에서 워싱턴까지 공수했다.
칠면조 사면식은 1963년부터 백악관에서 시행됐으며, 통상 ‘사면 대상’이 되는 칠면조와 함께 이 칠면조가 사면식 때 나오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한 마리를 더 지정해왔다. 오바마는 조 바이든 부통령을 언급하며 “토트가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테이터가 대기하고 있다. 테이터는 마치 부통령같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23일(현지시각)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열린 칠면조 사면식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사면 대상이 된 칠면조 토트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사면식에 앞서 백악관은 온라인을 통해 사면 후보로 오른 토트와 테이터의 인적 사항을 공개하며 사면 대상이 될 칠면조 투표를 진행했다. 테이터와 토트는 모두 18개월짜리 칠면조이며, 무게는 40파운드(18㎏) 정도다. 간식으로 벌레를 좋아하는 테이터와는 달리 토트는 토마토 간식을 좋아한다. 인터넷 투표를 통해서 토트가 사면 대상으로 선정되었지만, 토트와 테이터 모두 사면을 받았으며 사면식 이후에는 버지니아 공대로 옮겨져 학생과 교직원들이 키울 예정이다. 칠면조 사면식이 끝난 뒤, 오바마 가족들은 405명의 은퇴 군인들에게 추수감사절 저녁을 대접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Tot-ally pleased to announce the people’s choice for the 2016 National #Thanksgiving Turkey: #TeamTot! #WHTurkeyPardon pic.twitter.com/BPezrzrQah— The White House (@WhiteHouse) 2016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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