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6일 마틴 루서 킹 목사 기념일을 맞아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킹 목사의 장남 킹3세(오른쪽)와 면담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미국 흑인 민권운동가인 마틴 루서 킹 주니어(1929~1968) 목사 기념일을 맞은 1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뉴욕에서 킹 목사의 장남을 만나는 등 취임을 앞두고 흑인 민심 껴안기에 나섰다. 그러나 킹 목사의 교회인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에베니저 침례교회에서 2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추모행사는 트럼프를 비판하는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날 오후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트럼프와 만난 킹 목사의 아들 킹 3세는 “대화는 건설적이었다. 그(트럼프)는 모든 미국인을 대표하겠다는 말을 수차례나 되풀이했다”며 “그가 모든 미국인을 대변하는지 계속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만남은 트럼프가 킹 목사와 함께 흑인 민권운동을 주도한 존 루이스 의원을 비난하면서 악화된 흑인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마틴 루서 킹 목사 기념일을 맞아 킹 목사가 이룬 많은 훌륭한 업적을 기린다. 나는 위대한 인물인 그를 존경한다”고 했다.
그러나 킹 목사의 딸인 버니스 킹은 이날 에베니저 침례교회에서 열린 추모행사에서 “누가 백악관에 있든지 사랑과 정의를 향해 싸워나가자”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그는 트럼프를 직접 비난하진 않았지만 미국은 여전히 “혼돈이냐, 공동체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있다”면서 “결국, 트럼프는 왔다가 간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아버지가 말한 ‘사랑하는 공동체'를 만들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흑인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기념일을 맞아 16일 킹 목사가 설교했던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에베니저 침례교회에서 열린 추모예배에서 킹 목사의 딸인 버니스 킹이 연설하고 있다. 이날 에베니저 침례교회에선 2천명 이상의 추모객이 모인 가운데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를 성토하는 분위기로 기념행사가 진행됐다. 애틀랜타/AP 연합뉴스
라파엘 워녹 담임 목사도 이날 설교에서 “존 루이스 의원을 ‘말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미국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트럼프 당선자를 지적했다.
루이스 의원은 킹 목사와 함께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유혈사태로 번진 1965년 앨라배마주 셀마 평화행진을 주도한 흑인 민권운동가다. 그는 최근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을 거론하면서 트럼프를 ‘합법적인 대통령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히며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말, 말, 말뿐이고 행동이나 결과는 없다”고 루이스 의원을 비난해, 흑인과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마틴 루서 킹 목사 기념일인 16일(현지시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부가 워싱턴의 한 가족보호소에서 킹 목사를 묘사하는 벽화를 그리는 일을 돕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대선 때 출구조사 결과, 흑인 유권자 표의 8%만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퓨리서치 센터 조사에선 흑인 4분의 3가량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인종문제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황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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