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공식 선거 누리집에서 이민 정책을 소개하는 첫 문장은 다음과 같다. “미국인들의 일자리와 임금,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
미국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우선적으로 제공하고, 이들의 임금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이민 통제 정책을 수립하며, 이민자들로 인한 테러의 위협에서 미국인들을 보호한다는 의미다. 이는 이민자를 미국인들의 일자리와 삶의 질,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차기 행정부의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8일 미국 워싱턴의 맥퍼슨 광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반대하는 시위대들이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트럼프 쪽은 이민 정책을 총괄할 법무장관 후보자로 보수 강경파 정치인인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을 지명했다. 지난 10일 열린 상원 청문회에서 세션스 후보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DACA) 행정명령을 두고 “위헌이 아닌지 아주 의심스럽다”고 밝히며, 불법 이민자 문제에 대해 강경하게 대처할 것임을 예고했다. 세션스는 또 트럼프 행정부의 ‘무슬림 입국 금지’ 공약에 대해서도 “특정 국가에서 오는 개인의 테러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를 철회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불법 이민자에 대한 강경 기조는 트럼프 취임 뒤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18일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불법체류 청년들이 추방 위기에 처한다면 적극적인 반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 뒤 미국 사회의 인종간 갈등이 더 깊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인권단체 ‘남부빈곤법률센터’ 분석 결과를 보면, 트럼프 당선 직후인 지난해 11월9일부터 사흘간 미 전역에서 201건의 혐오 범죄가 발생했다. 혐오 범죄는 흑인, 이민자, 무슬림을 향한 순서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와 별도로 미국 내 인종 혐오 범죄 역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연방수사국(FBI) 통계를 보면, 2015년 미국에서 발생한 혐오 범죄는 5800건으로, 이 중 절반이 넘는 56%가 인종과 관련된 혐오 범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무슬림을 향한 혐오 범죄는 257건으로, 전년도에 견줘 66%가량 폭증했다. <끝>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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