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베이징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중국 부유층을 상대로 한 쿠슈너 가문 회사의 부동산과 투자 이민 관련 설명회 안내 데스크. 트위터 갈무리
미국 뉴욕의 거대 부동산 개발업자로 일찍이 명성을 얻은 재러드 쿠슈너(36) 미국 백악관 선임고문의 가족기업이 중국에서 투자이민 관련 설명회를 열어 논란이 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사위이자 최측근으로 백악관 고위직이기도 한 쿠슈너가 중국 부자들을 상대로 사실상 비자를 ‘판매’하는 사업에 연관된 데 대해 ‘이해 충돌’이란 비판이 나온다.
쿠슈너 선임고문의 누나인 니콜 메이어는 6일 베이징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투자설명회에 참석해 미국 뉴저지에서 진행중인 건설 프로젝트 ‘케이원저널 스퀘어’를 홍보했다고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가 전했다. 빌딩 2동과 호화아파트 1476채를 포함하는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메이어는 “나와 우리 가족에 많은 것을 의미한다”며 남동생 쿠슈너가 한때 회사 최고경영자였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쿠슈너 선임고문과의 이해 충돌 가능성이다. 쿠슈너 선임고문은 백악관 입성을 이유로 회사를 떠났고 관련 사업과 거리를 두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적어도 6억달러에 이르는 자신의 신탁 지분은 유지하고 있다.
6일 베이징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쿠슈너 가문 회사의 부동산, 투자이민 관련 설명회에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의 누나인 니콜 메이어(오른쪽)이 사업을 홍보하고 있다. 트위터 갈무리
회사가 홍보 자료에서 미국 EB-5 투자이민 비자를 위한 최소 투자금 50만달러(약 5억7천만원)를 거론하며 “50만달러를 투자하고 미국에 이민오세요”라는 문구를 사용한 것도 비판의 대상이다. 민주·공화당을 막론하고 미국 정치인들은 EB-5 투자 비자가 ‘부자 외국인들에게 비자를 파는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해 왔다.
특히, 해마다 1만건가량 발급되는 이 투자 비자 발급 대상의 80% 이상이 중국인으로, 중국에서는 ‘황금 비자’라는 별칭까지 있다. 중국 부자들이 재산을 국외에 은닉하고 가족을 해외로 도피시키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 미국 의회가 최소 투자금을 135만달러(약 15억3천만원)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이번 행사에선 “일찍 투자하면 예전 규정 적용이 가능하다”는 설명도 나왔다.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윤리담당관이었던 리처드 페인터는 이 행사에 대해 “정말 바보같고 매우 부적절한 일”이라며 “분명히 쿠슈너 가족이 (중국 부자들에게) 비자를 얻게 해주겠다는 의미다. 중국인들은 당연히 투자하려 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욕 타임스>는 전문가를 인용해 쿠슈너가 EB-5 관련 결정 과정과 거리를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중국인 투자자 왕윈은 “(대통령) 사위의 가족이 하는 사업이고 당연히 관련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미심쩍은 점은 그(트럼프)가 미국 역사상 가장 탄핵 가능성이 높은 대통령이란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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