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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웜비어 사망 미국 여론 악화…북-미 관계 단기적 냉각 불가피

등록 2017-06-20 16:47수정 2017-06-20 21:50

북한 여행 금지·대북 제재 조처 가능성
트럼프 행정부 행보 따라 영향 달라질 수도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돌아온 지 엿새 만에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가 지난 15일 신시내티의 와이오밍 고등학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시내티/AP 연합뉴스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돌아온 지 엿새 만에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가 지난 15일 신시내티의 와이오밍 고등학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시내티/AP 연합뉴스
북한에 17개월 동안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귀국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가 엿새 만인 19일(현지시각) 사망하면서 북-미 간에 희미하게나마 싹트던 탐색적 대화 시도의 분위기마저도 단기적으로는 냉각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일단 미국 내 대북 여론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북한 체제를 ‘야만성’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비난했다. 최근 들어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관련 발언치고는 꽤 수위가 높은 편이다. 얼마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을 두고 “젊은 나이에 권력을 잡을 수 있었다. 그는 꽤 영리한 친구”라며 이해하는 듯한 모습까지 보이기도 했다.

미국 사회의 분위기도 상당히 격앙돼 있다. 공화당 중진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웜비어가 김정은 북한 체제에 의해 살해됐다”며 “미국은 적대적 국가에 의한 시민들의 살해를 용납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시엔엔>(CNN) 방송은 “우리는 돌아온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조차 없었다. 아주 슬픈 뉴스”라고 전했다.

‘북한통’으로 알려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꽤 좋지 않은 징후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을 몇차례 다녀온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는 “슬픔과 분노를 느낀다”며 “북한은 웜비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국제사회에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사회의 대북 여론이 악화하면서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도 북한에 대한 일정 정도의 대응을 내놓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 포스트>는 미 의회나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인들의 북한 여행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성명에서 “웜비어의 불행한 운명은, 무고한 사람들을 상대로 법규범과 기본적 인간의 품위를 존중하지 않는 정권들에 의해 저질러진 이런 비극을 예방하려는 우리 정부의 결심을 더욱 굳게 한다”며 여행 금지 조처를 취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민주당의 애덤 쉬프나 공화당의 조 윌슨 하원의원은 이미 북한여행통제법을 제안한 바 있다.

대북 제재나 압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의 대북 정책이 매우 민감한 시기에, 특히 21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중 외교안보대화를 이틀 앞두고 웜비어가 사망했다“며 대북 제재가 최우선 이슈로 다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북-미 관계에 미칠 파장과 관련해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악재 중 악재”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체제의 야만성’을 언급하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책임 규명을 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은 안 좋은 신호”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억류 중인 미국인 3명을 석방하면 북-미 관계 전환의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 소식통은 “북한은 미국인 억류를 현실적 범죄 때문으로 보고 있다”며 “단기간에 풀려날 가망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향후 행보에 따라 사건의 파장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이번처럼 우발적 사건은 결국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에 따라 위상과 역할, 평가가 달라진다”며 “정책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불러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짚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정인환 김지은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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