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백악관에서 위스콘신주의 폭스콘 공장 유치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가운데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 오른쪽은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 워싱턴/UPI 연합뉴스
애플의 가장 큰 하청 조립업체인 대만의 폭스콘이 미국 위스콘신주에 100억달러(약 11조1300억원)를 투자해 공장을 짓기로 했다.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텃밭이었던 위스콘신주를 30여년 만에 탈환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당한 정치적 선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은 26일 오후 백악관에서 “위스콘신주 남동부에 엘시디(LCD) 패널을 생산할 대형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당선되지 않았더라면 (궈 회장은) 100억달러나 되는 돈을 절대로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콘은 애플, 아마존, 구글,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등 세계 정상급 첨단 기업들과 계약을 맺고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위탁 생산하고 있다. 위스콘신 당국자들은 “폭스콘 공장 부지 규모는 약 200만㎡로 펜타곤의 3배에 이른다”며 미국 내 최대 규모의 제조 단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폭스콘은 앞으로 4년 동안 3천명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재선에서 어려움이 예상되는 공화당의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는 2만5천명의 직간접 고용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공장이 들어서는 지역을 선거구로 두고 있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폭스콘 공장이 미국 제조업 활성화에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대 수혜자는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라고 할 수 있다. 위스콘신주는 1988년부터 내리 민주당 대선 후보를 찍었지만, 지난해에는 공화당의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줬다. 트럼프는 ‘2020년도 재선을 위해’ 위스콘신, 미시건, 펜실베이니아 등 민주당 텃밭이었다가 공화당으로 표심을 바꾼 3개 주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다.
폭스콘 공장 유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국에서 올해 들어 월평균 18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 점에 견주면, 워커 주시자의 주장대로 2만5천명의 고용효과가 있어도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고 <뉴욕 타임스>는 지적했다. 폭스콘이 여러 나라에 투자 약속을 하고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점,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사고가 적지 않았던 점을 들어 과도한 낙관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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