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의 ‘환경보호구역 해제 포고령’으로 반세기 만의 최대 위기에 놓였던 ‘지구의 산소 탱크’ 아마존이 조금 더 숨 쉴 시간을 벌었다. 브라질 법원이 연방의회 동의가 필요하다며 포고령에 제동을 걸었다.
<가디언> 등 외신은 30일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 연방법원의 홀란두 바우시르 스파뇰루 판사가 아마존 열대우림 환경보호구역 해제 포고령 시행을 중단시켰다고 보도했다.
테메르 대통령은 지난 23일 북부 아마파주와 파라주 사이 아마존 열대우림 4만6450㎢를 환경보호구역에서 해제하는 포고령을 발표했다. 남한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고, 덴마크보다 넓은 면적이다. 한도우피 호드리기스 상원의원 등 야당 쪽은 “아마존에 대한 50년 만의 최대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연방검찰도 29일 법원에 포고령 시행 중단을 신청했다. 스파뇰루 판사는 1988년 제정된 헌법에 따라, 연방의회 동의 없이 대통령 포고령만으로 열대우림 환경보호구역을 해제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브라질리아 법원의 결정은 한시적인 유예에 불과하다. 테메르 정부가 항소하겠다고 밝힌데다, 지역 법원이 개발 제한 판결을 내려도 항소법원에서 뒤집히는 사례가 많다. <가디언>은 다만 이번 판결이 환경보다 경제를 우선해온 테메르 정부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리라 분석했다.
브라질은 군사독재 정권 말기인 1984년 ‘국립 구리·광물 보존지역’(렝카)을 지정했다. 이 지역에는 상당량의 금·탄탈럼·구리·철광석 등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광업은 브라질 국내총생산(GDP)의 4%를 차지한다. 테메르 대통령은 “렝카를 해제하면 외국인 투자가 늘고 수출이 증가하고 수년간 깊은 침체에 빠져 있는 경제를 진작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 타임스>를 보면, 테메르 정부는 이 지역 광산을 허가해주면 오히려 불법 채굴이 줄고 일자리가 늘어나리라는 주장도 늘어놓고 있다.
야당과 환경보호단체에서는 테메르 지지층만을 위한 환경 파괴라고 날을 세운다. 테메르의 핵심 지지층은 광업·농업·목축업자들로 구성돼 있고, 이미 20여개 업체가 이 지역 개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비영리단체인 아마존 워치 활동가 모이라 버스는 “렝카 해제는 테메르 정권을 유지시켜주는 소수 경제권력 집단의 이윤을 위해 산림과 원주민 공동체를 대량 파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우리시우 보이보딕 세계자연기금(WWF) 브라질 사무총장은 “원주민 착취 및 삼림, 종 다양성, 수자원 파괴와 더불어 원주민에 대한 위협과 토지 갈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브라질 파라주 근처 노부 프로그레수강 인근 국립 구리·광물 보존지역의 열대우림. 파라/AFP 연합뉴스
아메리카 대륙의 반대편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전국의 국립기념물 27곳에 대한 막바지 재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국립기념물로 지정되면 국립공원 정도는 아니지만 탄광 채굴, 벌목, 자연을 훼손하는 활동이 제한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광대한 지역을 국립기념물로 지정해 “연방정부 국유지를 대량 약탈”했다며 전면 재검토를 명령한 바 있다.
라이언 징키 내무장관은 지난 24일 “국립기념물 지정 폐지는 하지 않을 것이고 일부 경계선을 변경하는 것이 목적이며 그렇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대상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유타주 베어스 이어스 국립공원 등이 대상지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원주민과 환경운동가들은 어디든 국립기념물 규모를 크게 줄이려는 시도에 대해 소송 등으로 맞설 태세다. 환경보호유권자연맹의 진 카핀스키 회장은 “(징키 장관의 말은) 우리 공유지와 공유수역을 석유업자 등에게 팔아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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