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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대피하라면서… 기자들은 정작 ‘아슬아슬’ 허리케인 현장 리포트

등록 2017-09-11 12:09수정 2017-09-11 16:45

허리케인 ‘어마’ 강습 플로리다 현장 기자들 분투
폭풍우에 흔들리고, 옆에는 가로수 쓰러지고…
“센세이션 추구 경쟁이 기자들 위험 내몰아” 비판
“생생한 현장 소식이 대피 경각심 유도” 반론도
물에 잠기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거리에서, 바닷가에서 이제는 너무 젖어서 무슨 필요가 있을까 싶은 우의를 걸친 기자가 마이크를 잡고 생중계를 한다. 몸을 가누기도, 눈을 뜨기도 어렵다. 피해 지역 주민들한테 다급하게 대피하라고 소리치지만 사실은 자기를 구해달라고 외치는 것 같다.

자연재해 현장에서 재해를 온몸으로 체험하는 듯한 방송 기자들의 모습은 하나의 전형이다. 하지만 꼭 이렇게 해야 시청자들에게 충분하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일까? <뉴욕 타임스>는 허리케인 ‘어마’가 덮친 플로리다 현장에서 상황을 전하는 기자들의 모습을 두고 새삼 논란이 일고 있다고 10일 지적했다.

<시엔엔>(CNN)의 빌 위어는 이날 아침 어마가 상륙한 플로리다키스제도의 키 라고 섬에서 앵커 크리스 쿠오모와 연결돼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폭우 속에 리포트하던 그는 돌풍에 넘어질 뻔한 장면도 연출했다.

적당한 수준이면 생중계의 실감을 높이고 ‘몰입도’를 끌어올리겠지만,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너무 위험했다. 소셜미디어에는 “꼭 그런 곳에 기자를 세워야 하냐”, “기자들이 비바람에 두들겨맞는 걸 꼭 지켜봐야 하냐”는 항의가 올라왔다. 다른 쪽에서는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니 대피를 서두르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올라왔다.

위어가 생중계를 하고 몇 시간 뒤 <엠에스엔비시>(MSNBC)의 마리아나 아텐시오는 마이애미 거리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아텐시오는 쓰러진 큰 나무를 가리켰는데, 가까운 곳에 있는 나무들도 아텐시오 쪽으로 위태롭게 휘어져 시청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날 마이애미 해변으로 나간 다른 <시엔엔> 기자는 “이 쇠로 된 철책이 없다면 난 날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기자들이 폭풍우의 한가운데로 뛰어드는 것은 전국적 차원의 재앙 장면을 생생하게 전하기 위한 수십년 된 전통이라고 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의 발달 등에 따라 이런 관행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생생한 정보의 전달이라는 미디어 본연의 역할을 한다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시청률 경쟁에 따라 지나치게 센세이셔널한 장면을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부 기자들은 허리케인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려는 노력이라는 반론도 내놓는다.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려주려면 이 방법밖에 더 있냐”는 것이다. <시비에스>(CBS)의 마크 스트래스맨은 “‘기자들은 왜 위험한 곳에 있으면서 사람들한테는 그 반대로 행동하라는 거냐’는 질문은 공정한 것”이라면서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실제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내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한테 같은 식으로 하면 안 된다는 점을 설득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충분한 안전장치를 갖춘다는 설명도 내놓는다.

하지만 사고는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10일 <엠에스엔비시> 앵커 알리 벨시는 방송 도중 “좀 쉬었다 하는 게 좋겠다. 우리 기자들이 안전한지 확인해봐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형 방송사들에 비해 지방 방송사들은 안전장치가 부실한 편이다. 또 방송국 간부들이 현장의 위험성을 직접 체감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과연 현장 기자가 방송 제작을 중단하자고 자유롭게 건의할 수 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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