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설치된 한 영어 학원 광고판으로, ‘영어를 조금 할 줄 알면, 얼마나 출세할 수 있는지 한번 상상해 보라’는 문구 옆에 멜라니아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인의 사진을 무단 사용해 논란을 빚은 끝에 철거됐다. 자그레브/ EPA 연합뉴스
“영어를 조금 할 줄 알면, 얼마나 멀리갈 (출세할) 수 있는지 한번 상상해 보라.” 이런 문구 옆에 슬로베니아 태생 미국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연설하는 사진을 배치했다면, 멜라니아의 영어를 조롱한 것일까 칭찬한 것일까? 광고를 만든 회사는 ‘칭찬’이었다고 주장하고 여론은 ‘조롱’으로 받아들인 가운데, 멜라니아 본인은 ‘이미지 무단 사용’이라며 광고를 철수시켰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은 19일(현지시각) 슬로베니아 인근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 세워진 대형 간판이 멜라니아의 요구로 철거됐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이 광고판은 사설 영어학원인 ‘아메리카 어학원’이 수강생을 유치하려고 세운 것인데, 멜라니아가 슬로베니아 변호인을 내세워 ‘법적 조처’를 압박한 끝에 철수 결정을 이끌어냈다. 변호인은 어학원이 이미지를 무단사용 했다며 24시간 내에 철거하지 않을 경우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변호인인 나타샤 피르츠 무사르는 <에이피>(AP) 통신에 “학원이 법 위반을 인정했다는 점과 광고판과 (페이스북) 광고를 제거하기로 했다는 사실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이 영어학원 대변인 이비스 부리치는 “그 광고판이 미국 퍼스트 레이디를 조롱하려 했다고 오해를 받아 매우 유감”이라며 “그녀를 롤모델로 보여주려고 긍정적인 측면을 의도했다”고 해명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이 학원이 페이스북에 광고를 업데이트 하면서 1960년대 컨트리 가수 브렌다 리의 노래 ‘미안해요(I’m sorry)’ 비디오를 게재했다고 전했다. 광고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됐지만 학원이 짧은 시간 거둔 ‘네거티브 광고 효과’는 대단하다. <가디언>은 지역적·국제적으로 광고가 큰 주목을 받아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점을 학원 쪽도 인정했다고 전했다.
멜라니아가 ‘이미지 보호’를 위해 슬로베니아 로펌의 변호인을 고용한 게 처음은 아니다. 슬로베니아에서는 케이크·속옷·관광 등 각종 광고에 멜라니아의 이름과 이미지를 도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멜라니아는 슬로베니아 꿀 제조업체가 상표에 멜라니아라는 이름을 넣는 걸 막았지만, 고향 세브니차에서 ‘퍼스트 레이디’라는 브랜드 상품을 마케팅하는 건 허용했다고 <비비시>가 전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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