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의회에서 공화당 정책 모임을 하기 위해 도착할 때 시위대가 던진 러시아 국기에 트럼프 이름을 써넣은 종이가 날아들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다음달 3일 아시아 순방을 시작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지막 행선지인 필리핀에서 열리는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24일 보도했다.
이 신문 유명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하루 전(13일) 필리핀을 떠난다”며 “이 지역에서 미국의 리더십에 의문을 불러일으켜 아시아 순방의 전반적 목표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이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 일정을 보면, 일본-한국-중국-베트남을 거친 다음달 12일 필리핀에 도착해 이튿날인 13일 미국-아세안(동남아시아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으로 돼 있다.
공식 일정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앙헬레스에서 열리는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하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동아시아 정상회의는 13일 시작되지만 주요 행사는 14일에 몰려있다.
로긴은 트럼프 대통령의 불참 배경에 대해 “대통령이 그 지역에 그렇게 오랫동안 머물기를 원하지 않아, (체류가 장기화하면) 짜증을 내며 예측할 수 없거나 비외교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대통령 측근들을 인용해 전했다. 로긴은 “행정부 내에서도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대해 장시간의 토론이 있었다고 복수의 정부 관계자가 나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저녁 미국으로 복귀하는 것은 전적으로 일정에 따른 것”이라며 “14일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것에서 무언가를 읽어내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동아시아 정상회의 불참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비교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 견제를 위한 장기 전략의 하나로 인도의 역할에 주목하고, 인도가 회원국인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2011년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이후 연방정부가 셧다운(일시 폐쇄)된 2013년을 제외하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참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도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세우며 ‘인도 끌어안기’에 나서는 상황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동아시아 정상회의 불참은 아시아 국가들에 메시지 혼선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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