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주 서덜랜드 스프링스의 제1침례교회에서 26명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데빈 패트릭 켈리. 사진출처: 텍사스주 치안국
미국 공군이 텍사스 교회 총기난사범의 가정폭력 전과 기록을 누락해 그가 신원조회에 걸리지 않고 총기를 구매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구 100명당 보유 총기가 88.8정에 이르는 ‘총기 대국’의 총기 관리 허점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미 공군은 6일 텍사스 총격범 데빈 패트릭 켈리(26)의 가정폭력 전과기록을 국가범죄정보센터에 등록하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2012년 당시 공군 소속이었던 켈리는 아내(전처)와 의붓아들을 폭행한 혐의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유아였던 의붓아들은 두개골이 골절될 정도로 맞았다. 공군은 법률에 따라 켈리의 폭행 전과를 국가범죄정보센터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 공군은 “전직 공군 켈리의 전과를 공군이 어떻게 처리했는지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켈리는 범행에 사용한 군용 소총과 세 개의 총을 지난 4년 내에 합법적으로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시엔엔>(CNN)에 가정폭력 전과에도 불구하고 켈리가 지난 4월 텍사스 샌안토니오에서 루거사의 AR-556 소총을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만일 공군이 전과를 국가범죄정보센터에 등록했다면 신원조회를 통과하지 못했을 테고, 26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기는 켈리의 손에 들어가지 못했으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1일 58명이 숨진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 사건 이후 한 달 만에 다시 대형 총기사건이 발생하자, 현지 언론은 앞다퉈 미국의 암울한 총기 소유 현황을 소개하면서 규제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이 선진국들 가운데 총기 소유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짚었다. 미국인들은 인구 100명당 88.8정의 총기를 보유하고 있다. 스위스 45.7정, 스웨덴 31.6정, 프랑스 31.2정, 캐나다 30.8정, 독일 30.3정으로, 미국은 다른 아메리카·유럽 선진국들에 비해 두 세배나 높고, 일본(0.6정)과는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다.
총기 소유가 자유로운 반면 관리는 허술하다는 것도 통계로 드러난다. 인구 10만명당 연간 총기 사고 피살자는 미국이 3.0명인 데 반해 스위스 0.2명, 스웨덴 0.3명, 프랑스 0.1명, 캐나다 0.5명, 독일 0.2명 수준이고 일본은 0명이다. <시엔엔>은 “최소 4명 이상이 숨지면 총기난사로 보는데, 미국에서는 매일 한번씩 일어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뉴욕 타임스>는 “총기 옹호론자들은 자동차가 총만큼 많은 사람을 죽이는데 차는 금지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차를 규제하려고 노력해왔다”며 교통사고 사망률 감소 추이를 실례로 들었다. 1946년 자동차 1억마일 주행당 사망자 수는 9.35명이었으나, 2016년 1.18명으로 줄었다. 그사이 안전벨트 장착(1950년)이나 뉴욕의 첫 안전벨트 의무화(1984년) 등 다양한 규제가 취해졌다.
한편 켈리가 범행 장소로 선택한 서덜랜드스프링스의 제1침례교회는 그의 장모가 다니는 교회인 것으로 확인됐다. 텍사스주 치안국 프리먼 마틴 국장은 “켈리한테 가정문제가 있었으며, 장모가 다니던 교회를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장모는 범행 당일인 5일 오전을 포함해 여러 차례 켈리에게 협박 메시지를 받았으나 사건 당일에는 예배에 참석하지 않았다. 켈리 아내의 한 친척은 페이스북을 통해 켈리의 처할머니는 총격으로 숨졌다고 전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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