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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트럼프, 영 극우 반이슬람 동영상 리트위트에 메이 총리 ‘저격’까지

등록 2017-11-30 11:55수정 2017-11-30 21:36

영 극우정당 부대표가 올린 ‘이슬람 혐오 조장’ 영상 3개 리트위트
종교·인종 혐오 메시지 주의해 온 현대 미국 대통령들과 딴판
메이 총리 비판에는 “영국 테러나 관심 두라” 동맹 균열내는 트위트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트위터에 리트위트한 영국 극우정당 ‘영국 우선’의 반이슬람 영상들.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트위터에 리트위트한 영국 극우정당 ‘영국 우선’의 반이슬람 영상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 극우정당 지도자의 반이슬람 동영상을 리트위트한 데 이어, 이를 비판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한테 “영국의 이슬람 테러에나 집중하라”며 ‘각별한 양국 관계’에 균열을 내는 트위트를 날려 국제적인 논란을 자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2011년 만들어진 영국 원외 극우정당 ‘영국 우선’(Britain First)의 부대표 제이다 프랜슨이 올린 동영상 세 개를 자신의 트위터에 리트위트했다. 프랜슨은 영국에서 종교증오범죄로 기소까지 된 인사로, 이번 동영상 역시 무슬림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는 내용이 담겼다. 동영상 제목은 각각 ‘무슬림 이민자가 목발을 짚은 네덜란드 소년을 때린다!’, ‘무슬림이 성모마리아상을 부순다!’, ‘이슬람 군중이 10대 소년을 지붕에서 밀어 떨어뜨린 뒤 죽을 때까지 때린다!’이다. 프랜슨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제이다 프랜슨 대표 대행의 트위터 비디오 세 건을 리트위트했다”며 기뻐했다.

세라 허커비 백악관 대변인이 “진짜 영상이든 아니든, 그(무슬림의) 위협은 진짜”라며 트럼프를 옹호하고 나선 가운데, 영상 세 개 중 최소한 한 개는 사실도 아니었다. 워싱턴의 네덜란드 대사관은 공식 트위터 계정에 “팩트가 문제”라는 글을 게시했다. 네덜란드 소년 동영상은 지난 5월 북홀랜드주에서 촬영됐다. 이 지역 검찰 대변인은 “소년을 폭행한 16살 소년은 영상이 알려진 뒤 체포됐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이민자가 아니다”라고 공식 확인했다. 나머지 두 영상 속 사건은 2013년 시리아와 이집트에서 일어났는데 ‘아랍의 봄’으로 혼란스러웠던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이 없다. 세 번째 영상 속 사건에 연루된 가해자들은 이집트에서 기소됐고 한 명은 처형됐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트럼프를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족쇄를 깬 솔직한 정치인’으로 보는 일부 보수 성향 지지자들은 이번에도 환호했다. 이민자 축소를 주장하는 이민연구센터의 마크 크리코리언은 “그것은 2001년 이래 모든 미국 정치인들의 아주 중요한 암묵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영국의 전 큐클럭스클랜(KKK·백인우월주의단체) 지도자 데이비드 듀크는 트위터에 “트럼프를 보내주신 신께 감사를! 이것이 우리가 트럼프를 사랑하는 이유!”라고 옹호했다.

반면 미국 정치권과 주요 언론은 일제히 종교적 혐오와 분노를 유발하는 동영상을 게재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섰다. <뉴욕 타임스>는 “현대 미국 대통령들 가운데 증오를 부추기는 극우 조직의 선전물을 홍보한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한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반무슬림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중 메시지를 삼가왔다. 공화당 상원의원인 제프 플레이크도 트럼프의 리트위트가 “매우 부적절하다”며 “그(대통령)가 그것들을 내리고 다시는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반이슬람 영상 리트윗을 비판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를 공격한 트위터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반이슬람 영상 리트윗을 비판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를 공격한 트위터글.
미국과 ‘각별한 동맹’ 관계인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도 이례적으로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놨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대통령이 이렇게 한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테리사 메이는 나한테 집중하지 말고, 영국에서 일어나는 파괴적인 급진 이슬람 테러리즘에 집중하라. 우리는 잘하고 있다!”고 트위트를 날렸다. 하지만 트럼프가 처음 이 트위트를 보낸 ‘@테리사메이’는 메이 총리의 계정이 아니라 다른 여성의 것이었다. 트럼프는 첫 트위트를 지우고 다시 메이 총리(@테리사_메이)한테 트위트를 보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이 신문은 영국과 미국 정상의 ‘불화’는 ‘각별한 (영-미) 관계’에 새롭고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이라고 지적했다. 윈스턴 처칠과 프랭클린 루즈벨트, 마거릿 대처와 로널드 레이건, 토니 블레어와 아들 부시 등 영국과 미국 정상은 전통적으로 매우 긴밀한 유대를 형성해왔다. 메이 총리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맨 처음 백악관을 방문한 외국 정상이었다. 두 사람이 다정하게 손을 잡고 백악관을 걷는 사진이 소개되기도 했다. 메이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을 초대했지만 아직 영국 방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미 영국에서는 그의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가 진행될 만큼 반감이 높지만 이번 사건으로 반감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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