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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국 ‘도시 디자이너’ 길레르모 로마노

등록 2005-11-27 18:10수정 2005-11-28 14:27

미 ‘도시 디자이너’ 길레르모 로마노
미 ‘도시 디자이너’ 길레르모 로마노
“개발 앞서 문화 생각해야”
마이크로소프트(MS)와 스타벅스가 태어난 도시. 눈 돌리면 레이니어산의 만년설이 한눈에 잡히고, 운전대를 조금만 돌리면 바다 바람을 쐴 수 있는 곳. 아름다운 자연과 온화한 해양성 기후, 풍부한 일자리를 갖추고 있어 미국에서 ‘살고 싶은 도시’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시애틀. 이 도시에서 ‘시티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길레르모 로마노(42)는 “함께 일하는 동료가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해 청계천 사진을 찍어온 걸 보고 직접 눈으로 보고 싶은 열망이 매우 강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그린트러스트와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연구소가 ‘100년 앞을 내다본 도시 오픈스페이스 계획’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엄(25일)에서 미국 시애틀의 녹지 공간 계획에 대해 발표하기 위해 최근 서울을 찾았다. 도시설계를 전공한 그는 조경가·건축가·그래픽디자이너들과 한 팀을 이뤄 시애틀 시에서 일하고 있다.

로마노는 청계천과 비슷한 사업이 시애틀에서도 이뤄지고 있다며 ‘센트럴 워터프론트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해안도로 2.4km를 뜯어내고 산책로·휴게공간을 만드는 ‘센트럴 워터프론트 프로젝트’는 로마노가 열성을 다하고 있는 작업 중 하나다. 2015년께 완성되는 이 사업은 콘크리트 도로를 뜯어내는 것 외에도 주변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빗물과 오수를 분리하고 빗물 저류조를 곳곳에 만들어 이를 활용하고 빌딩마다 옥상정원을 만들어 ‘빗물 순환 사슬’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는 2년3개월만에 청계천 복원사업을 마무리 지었다는 얘기를 듣자 “시애틀에서도 도시개선에 관한 사업을 하면서 빨리 마무리 짓는 게 좋은가, 천천히 진행하는 게 좋은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고 말했다. “비슷한 분량의 사업을 4년 만에 마칠 때도 있었고, 7년에 걸려 완성하기도 해봤다. 4년에 끝낼 때는 경제적으로 효율적이고 주민 불만도 적었다. 그러나 나중에 보니 7년에 마친 사업보다 2배의 실수·오류가 발견됐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도시 디자인은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시애틀은 풍요롭고 현대적인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도시 전문가인 로마노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로 꼽은 곳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이라는 재래시장이다. “농부들이 직접 기른 야채와 과일, 신선한 꽃과 먹음직스러운 생선, 주민들이 직접 만든 공예품 등 갖가지가 시장에 나온다. 갓 잡은 물고기를 집어던지며 주고받는 ‘생선 놀이’가 펼쳐지기도 한다. 냄새와 사람, 음식과 물건이 뒤섞여있는 활기찬 모습을 정말 사랑한다.” 그는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도 1960년대엔 현대적인 건물을 짓기 위해 철거될 위기에 처했으나 빅토르 스텐베르크라는 시의원이 나서 이를 막았기 때문에 보존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때 개발논리에 휘말려 사라진 것들은 그 뒤 엄청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며 “도시를 매만지는 디자이너라고 해도 모두 변화를 바라는 것은 아니며 역사와 문화유산을 먼저 고려할 때 인간적인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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