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대형 로비스캔들 폭풍전야-잭 아브라모프
톰 딜레이등 공화당 지도부 대거 수사대상
카지노 사업권 대가로 정치자금 수수 의혹
리크게이트 이어 당까지 여권 총제적 위기
30년만에 다시 대형 로비스트 스캔들이 미 의회를 흔들 것인가. 공화당 로비스트 잭 아브라모프 사건이 1976년 박동선씨의 ‘코리아게이트’ 이후 최대의 의회 불법로비 파문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워싱턴포스트>,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지난 주말 잇따라 잭 아브라모프 사건을 보도하면서 “법무부가 전·현직 상·하원 의원과 전직 고위관리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아브라모프의 로비 대상에 의회의 공화당 지도부가 대거 포함돼, 리크게이트로 고생하는 백악관에 이어 공화당 역시 커다란 정치적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현직 의원·전직 고위관리 연루=아브라모프는 지난 8월 연방수사국(FBI)에 긴급체포됐다. 카지노를 운영하는 인디언 부족들을 위해 불법로비를 벌였다는 혐의 때문이다. 아브라모프는 지난 4년간 인디언 부족들로부터 8200만달러를 거둬, 이들의 카지노 운영을 보호하고 경쟁부족들의 카지노사업 진출을 막는 로비를 펼친 의혹을 받았다.
아브라모프의 로비회사엔 톰 딜레이 전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의 보좌관이 참여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보좌관은 최근 연방수사국과 사법거래(플리 바긴)를 통해, 뇌물죄만 유죄를 인정하는 조건으로 불법 로비 사실들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2002년 인디언 부족 티구아스가 카지노를 다시 개장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인디언 부족이 낸 3만2천달러의 정치자금을 의원들에게 제공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재 조사대상에 오른 의원은 톰 딜레이 전 하원 원내대표와 하원 지도부 중 한사람인 존 둘리틀 의원, 밥 네이 하원의원, 콘래드 번스 상원의원 등 공화당 의원 4명”이라고 보도했다. 또 “최소한 17명의 전·현직 의원 보좌관과 관리들에게 선거자금이나 경기장의 로열박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불법로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잭 아브라모프는 누구?=아브라모프(47)는 워싱턴에서 유명한 보수계 로비스트다. 그는 톰 딜레이를 비롯한 공화당·정부 실력자들과 친분이 두텁다. 정부 조달업무 책임자인 데이비드 사파비언 백악관 행정관리예산국장은 지난 9월 연방수사국의 아브라모프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전격 체포되기도 했다.
아브라모프는 국제자유연맹(IFF)을 설립할 정도로 보수주의 운동에 정열을 쏟아왔다. 또 한때 헐리우드에서 반소련 의식이 강한 액션영화 <레드스콜피온>을 제작한 적이 있다.
그는 2003년 아프리카 가봉의 아마르 봉고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의 면담을 주선하는 대가로, 봉고 대통령으로부터 900만달러를 받은 사실이 최근 <뉴욕타임스>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두 정상은 실제로 2004년 5월 백악관에서 회동했지만, 백악관은 “이 회동과 아브라모프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그는 2003년 아프리카 가봉의 아마르 봉고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의 면담을 주선하는 대가로, 봉고 대통령으로부터 900만달러를 받은 사실이 최근 <뉴욕타임스>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두 정상은 실제로 2004년 5월 백악관에서 회동했지만, 백악관은 “이 회동과 아브라모프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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