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기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워싱턴/ EPA 연합뉴스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고 있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트럼프그룹’을 정조준했다. 뮬러 특검이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의 사업을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는데, 대통령 대면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15일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뮬러 특검이 최근 트럼프그룹에 대해 ‘러시아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그룹은 호텔·골프장·카지노·부동산 등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사업을 총괄하는 지주회사로,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자료 제출을 요구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뮬러 특검이 요구한 자료의 범위는 구체적이지 않지만, 특검이 단순히 자료 제출을 요구하지 않고 러시아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한 이유는 명확하다. 뮬러 특검은 최근 몇주간 러시아를 포함한 외국 자금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활동에 쓰였는지 여부를 조사해왔고,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자금이 트럼프 캠프에 흘러들어온 정황을 수사하려고, 이달 초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나흐얀 아랍에미리트 왕세자의 자문이었던 레바논계 미국 사업가 조지 네이더를 조사한 것 등이 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만일 특검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넘어 가족의 재정을 들여다본다면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레드라인을 넘으면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한 바 있다. <시엔엔>(CNN) 방송은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뉴욕타임스> 보도와 ‘레드 라인’에 대한 질문을 받고 반복적으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공모는 없었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비즈니스는 소유관계가 몹시 복잡하지만, 상장하지 않고 작은 가족회사처럼 운영된다. 이 때문에 어디서 자금을 유치하고 누구한테 투자를 받았는지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 트럼프그룹은 러시아에 어떤 부동산도 소유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최근 뮬러 특검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관계자들은 모스크바에서의 부동산 거래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뮬러 특검의 수사망이 대통령을 향해 좁혀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재무부는 대선 16개월 만인 15일 러시아인 19명과 5개 단체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제재 대상 가운데 지난달 뮬러 특검이 기소한 러시아인 13명도 전원 포함됐다. 이들 개인과 기관의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며, 미국 시민은 이들과의 사업상 거래가 금지된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의 미국 선거 개입 시도를 포함해 파괴적인 사이버 공격과 주요 기반시설 침입 등 악의적인 사이버 행위에 맞서고 있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 기관에는 러시아군 정보총국(GRU)과 인터넷연구소(IRA) 등이 포함됐다. 인터넷연구소는 ‘푸틴의 셰프’로 불리는 사업가 에브게니 프리고친이 자금을 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인 명의를 도용해 가짜 계정을 개설한 뒤 인터넷 커뮤니티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미국 정치와 관련한 분쟁을 조장하는 글을 퍼트리는 ‘트롤 팜’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테르팍스>는 새로운 제재와 관련해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제재 대상에 포함된 프리고친은 <리아노보스티>(RIA) 통신에 “서너번쯤 제재를 받았고, 숫자를 세어 보기도 피곤하고 기억도 잘 안 난다. 나는 미국이나 미국인과 어떤 사업도 하고 있지 않다. 내가 맥도날드를 끊을 거라는 걸 제외하면, 제재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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