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페이스북. 사진출처: 저커버그 페북 갈무리
‘이용자 정보 유출 파문’으로 인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도 침묵을 지켜온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나흘 만에 입장을 밝혔다. “우리도 실수” “우리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내 책임” 등 도의적 책임이 있다는 점을 밝혔으나, 사실상 정치적·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성명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커버그는 21일(현지시각)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코건(케임브리지대 교수)·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와 페이스북 간 신뢰가 망가진 것이지만, 페이스북과 우리가 자신들의 정보를 보호할 것이라고 믿고 데이터를 공유한 사람들과의 신뢰 또한 침해된 것”고 인정했다. 저커버그는 그간 언론 보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번 사건의 정황을 타임라인 별로 장황하게 설명하면서, 페북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중요한 조처를 2014년 이미 취했다는 점을 유독 강조했다. 다만 “우리도 실수했다”며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고, 한발 더 나아가 그것을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케임브리지대 심리학 교수 알렉산드르 코건은 2014년 심리분석 앱 ‘디스이즈유어디지털라이프’를 개발해 페북 이용자 27만명과 그 친구 5000만명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넘겼다. 이 업체는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캠프에 페북 이용자 정보를 제공해 ‘정치적 심리전’에 사용하도록 했고, 가디언 <업저버>와 <뉴욕 타임스> 등이 17일 이를 폭로했다.
저커버그는 “내가 페이스북을 시작했고 우리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우리 커뮤니티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임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재발방지 조처로는 △2014년 이전 페북에 설치된 앱이나 의심스러운 활동이 있는 앱을 전면 감사하고 △감사에 동의하지 않는 개발자는 페북 활동을 금지하며 △이용자가 3개월간 앱을 사용하지 않으면 개발자의 정보 접근권을 박탈할 것이며 △향후 며칠간 더 많은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국 <비비시>(BBC) 방송 북미 지역 기술 담당 기자인 데이브 리는 “그의 성명에서 한 가지를 크고 분명하게 읽었다”며 “페이스북은 벌어진 일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리 기자는 “페이스북은 향후 여러 전선에서 전투가 벌어질 것을 알고 있으며, 저커버그의 말은 해명이 아니라 법적·정치적 책임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총평했다.
페북에 올린 글에 사과가 없었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저커버그는 이후 방송된 <시엔엔>(CNN) ‘앤더슨 쿠퍼 360’ 단독 인터뷰에서 “진심으로 유감”이라며 좀 더 자세를 낮췄다. 미 의회의 출석 요구와 관련해서도 “페이스북에서 (이번 사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을 (의회에) 보내려 노력할 것”이라며 “만일 그게 나라면, 기꺼이 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기술적인 실수와 사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잘못된 사람을 고용했고, 그 잘못된 사람들을 믿었다”며 결국 실질적은 책임은 일처리를 잘못한 담당자들에게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일 페이스북이 데이터 분석업체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에 자사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받아볼 수 있도록 허용해 사전 동의에 관한 규정을 위반했는지를 조사하기로 했다. 미 상원 법사위원회 다이앤 파인스타인 민주당 의원 역시 저커버그가 보안정책을 솔선수범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으면 의회가 개입해야 한다며 저커버그의 의회 출석을 요구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이번 사태가 일파만파 퍼지자 유럽연합(EU) 베라 요우로바 법무담당 집행위원도 유럽연합 개인정보 보호 당국에 페이스북 스캔들 조사를 요구한 데 이어, 이번 주 미국 방문 때 페이스북의 해명을 요구하기로 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본사가 있는 영국의 하원 미디어위원회도 저커버그에게 의회 출석 요청서를 보냈고, 캐나다 프라이버시위원회 역시 페이스북 사태와 관련해 독자적인 조사에 돌입했다.
페이스북 주가도 이틀째 참사 수준으로 떨어졌다. 19일 6.77% 급락한 데 이어 20일에도 2.56%나 떨어졌으나, 21일 0.7% 오른 채 장을 마감했다. 성난 주주들은 20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페이스북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냈다.
분노한 페이스북 사용자들과 각국 의회가 저커버그 최고경영자의 책임있는 해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저커버그가 2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기 전까지, 출석 요구에 답변하지 않은 채 성명을 통해 “회사 전체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속았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고 밝혀 리더십 논란을 부채질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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