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티피피) 탈퇴 1년여만에 ‘재가입’ 검토를 지시했다. 다자간 무역협정을 비판해왔던 트럼프 행정부 통상 정책의 중요한 변화 신호이자, 무역전쟁에서 중국을 압박하려는 강력한 의도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오전(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공화당 의원과 주지사들을 만나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조건이 호의적일 경우 티피피 재가입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맡겼다”고 말했다. 존 튠 공화당 상원의원(사우스다코타)이 “중국을 압박하는 최선의 방법이 티피피”라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티피피 재가입 문제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티피피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일본·오스트레일리아·캐나다 등과 함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하나로 추진한 정책이다. 참여국 간 무역장벽을 낮추고 시장 개방을 확대하는 경제적 의미를 넘어 중국 견제 의미가 큰 협정이다. 미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려면 티피피 같은 다자간 무역협상을 통해 중국에 시장 개방을 강하게 압박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지적한다. 데이비드 오터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결국엔 중국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틀을 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티피피는 미국에 대한 성폭행”이라고 주장했고, 취임 첫주인 지난해 1월 바로 폐기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무산 위기였던 티피피는 일본 주도로 11개국이 지난 3월 공식 서명하면서 명맥을 이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부터 재가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는 했으나 이번 지시는 기존 정책 방향을 뒤집을 수 있는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지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향한 무역 압박 공세를 이어가겠다는 의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나왔다. 미 무역대표부는 이르면 다음주께 25% 관세를 부과할 1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 목록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미 재무부는 이 외에도 중국 기업들의 미국 첨단기술 분야 투자에 대한 확실한 제한과 중국 정부의 국내 첨단기술 기업에 대한 보조급 지금 중단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티피피 재가입이 실제 이뤄질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쪽에 더 유리한 조건을 요구하는 것과 달리 일본 등은 “이미 할 수 있는 모든 양보를 다 했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 검토 지시에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재교섭 요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티피피는 참가국의 여러 이해관계를 세밀하게 조정해 만든 유리세공 같은 협정이다. 일부를 떼내서 재교섭하는 것은 극히 곤란하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17~18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할 때 티피피를 담당하는 모테기 도시미쓰 경제재정상과 동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티피피 재가입에 얼마나 진지한 지도 의문이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과 총기 관련 법과 관련해 민주당과 협력할 것처럼 과시했지만 곧바로 입장을 폐기한 바 있다”고 꼬집었다. 일본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티피피 복귀를 진심으로 고려하지 않고 미-일 자유무역협정(FTA) 교섭 전 시간 벌기용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회의적 분석이 나온다.
전정윤 기자,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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