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 위원장인 개브리엘 카터리스가 지난 1월21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 24회 미국 배우 조합상 시상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할리우드에서 제작자와 배우가 호텔방에서 영화나 텔레비전 출연 오디션을 보는 건 오래된 관행이다.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상습적 성폭력으로 인해 성폭력 고발 ‘#미투 캠페인’ 발원지가 된 할리우드에서, 이 구습을 타파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밀폐된 사적 공간에서 치러지는 오디션이 지망자들을 포식자의 성폭력에 쉽게 노출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미국 최대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이하 배우노조)는 12일(현지시각) 연예계에서 성폭력을 추방하기 위한 이른바 ‘1번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호텔방이나 집에서 오디션·인터뷰·업무상 회의를 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16만명의 연예계 종사자를 대표하는 배우노조는 지난 2월10일 비전문적이고 비합법적인 작업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행동 기준을 정립하고자 ‘변화의 네 기둥’을 만들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배우노조는 제작자와 다른 의사결정자들에게 호텔방 등 고위험 장소에서 업무상 모임을 열지 말라고 요구했다. 조합원들과 소속사 관계자들에게도 고위험 장소에서 열리는 업무상 회의에 동의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대안을 찾지 못해 부득이하게 호텔이나 집에서 회의를 해야 한다면, 믿을 수 있는 사람과 동행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개브리엘 카터리스 배우노조 위원장은 성명에서 “우리는 포식자들이 업무상 회의 명목으로 비밀리에 연기자들을 부당하게 이용하도록 허용해 온 상황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노조는 와인스틴이 저지른 100여건의 사건을 비롯해, 할리우드에서 알려진 많은 성폭력 사건이 감독·프로듀서와 배우가 단 둘이 있는 호텔방에서 벌어졌다는 점을 감안했다. 데이비드 화이트 배우노조 사무국장은 “성폭력 스캔들 뉴스로 도배된 이후에도 사적인 호텔방 회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개탄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전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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