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받으셔야 하고,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도중 이희호 여사의 축전을 받고 이렇게 말했다. 이 여사의 축전에는 “수고하셨다. 큰일 하셨다. 노벨평화상을 받으시라”는 덕담이 있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밝혔다. 문 대통령이 이 여사의 덕담을 매개 삼아 4·27 남북정상회담의 공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돌린 셈이다.
미국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지난달 28일 저녁 미국 미시간주 워싱턴 타운십에서 열린 집회에서다. 트럼프가 연설 도중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객석에서 ‘노벨 노벨’을 연호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소리를 듣고 잠시 연설을 멈춘 트럼프는 기쁨을 감추지 않고 뒤를 살짝 돌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자신을 향해 ‘노벨’을 외치는 사람들에게 친근한 손가락질을 하며 웃음을 보였다. 반박 여론이 여전하지만 미국 언론에서는 “김정은과 트럼프의 정상회담이 문재인과의 남북정상회담만큼 순조롭게 흘러가고 한반도의 평화가 복원된다면 두 사람 다 노벨평화상을 받을 만하다”는 진지한 분석도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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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트럼프가 반응을 내놓았다. 그는 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PEACE is the PRIZE(평화가 곧 상이다)”라는 짤막한 문장과 함께 동일한 문장이 적힌 자신의 사진을 올렸다. 두 손을 몸 앞에 가지런히 겹친 겸손한 모습이다.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도 때마침 반응을 내놓았다. 이방카는 1일 문 대통령의 ‘트럼프가 노벨상 받아야’라고 발언한 내용을 담은 기사를 올린 폭스뉴스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 아버지는 ‘평화가 곧 상’이라고 했지만 딸은 내심 아버지가 노벨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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